‘사조참치’와 ‘사조해표 식용유’ 등으로 잘 알려진 사조그룹이 명절 대목 마다 임직원들에게 선물세트 판매를 강요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식품업계 고질적 관행인 ‘상품 밀어내기’ 갑질이 남양유업 사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조그룹의 선물세트 직원 강제판매에 대한 진상조사 요청’에 대한 청원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28일 게시 이후 6일 만에 참여인원 1500명을 훌쩍 넘겼다.
해당 게시글에 따르면 이달 추석 대목을 앞두고 사조그룹은 직원들에게 ‘사판(사내판매)’ 그룹 총 목표액이 210억원으로 책정 됐다‘고 공지했다. 계열사별로는 각각 △경영관리실 2억원△사조산업 40억원△사조씨푸드 21억원△사조오양 19억원△사조해표 47억원△사조대림 26억원이 할당됐다.
개인별로 보면 과장급은 대략 1500만원, 대리급은 1000만원 어치를 팔아야 겨우 목표량을 맞출 수 있다. 과장급 연봉을 4000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설, 추석 선물세트 판매량과 연봉이 같은 수준이라고 청원자는 설명했다.
사조그룹은 지난 8월 20일부터 매일 오후 5시까지 당일 실적을 집계하기로 하고, 그룹웨어를 통해 실적공지를 시작했다. 공개적으로 계열사별 추석 선물세트 판매량을 줄 세워 압박을 주는 셈이다.
올해 추석 선물세트 사내판매 총 목표액인 210억원은 역대 최고치다. 사조그룹 역시 공지사항을 통해 ‘이번 목표치 210억원은 아직까지 접해보지 못한 숫자’라고 인정하면서도 ‘매번 사판마다 힘든 수치지만 역동적으로, 슬기롭게 잘 헤쳐 나와 주셨으니 이번 2018년 추석 사판도 잘 진행해 주시리라 굳게 믿는다’며 직원들을 강제 독려했다.
청원자는 “사조그룹은 각 계열사별, 담당자별로 판매 목표가를 강제 설정하고 판매를 강요하고 있다. 직원들은 목표량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돈으로 구매하거나 사재기를 하고 있으며, 친구와 친척까지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목표량을 맞추지 못하면 인사 상 불이익을 준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에 동의한 이들도 덧글을 통해 “매년 두 번씩 압박받는데 개인별로 몇 백만원에서 몇 천만원씩 팔아야 한다. 직급이 높은 이들은 거래처에서 사주니까 부담도 안가지면서 아래 직급 사람들이 실적을 못 채우면 불러서 욕하며 압박을 준다. 온라인이나 대형마트보다도 (사내 판매가가) 비싸다”고 하소연 했다.
직원이라고 밝힌 이는 “영업과 관련 없는 업무인데도 사내판매 실적이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이상한 시스템이다”라며 “명절이면 월급의 2배 가량 선물세트를 팔아야한다. 직원들끼리 사내판매를 위한 적금을 만들어야 하나, 명절 때 우리 집 냉동실은 참치로 가득 찬다는 농담도 한다. 사조의 사판시즌은 사라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조그룹 직원의 아내라고 밝힌 이는 “임직원들의 사기는 현재 마지못해 다니는 수준이다. 회장도 ‘나가면 어디 갈 데나 있냐’는 식의 발언을 해 심각하다. 직원의 부인으로써 당당하고 싶다. 대우받지 못하는 직장을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듣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 관계자는 “청원 게시판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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