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부문에 자율성을 불어넣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균형 잡힌 리더십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게 주문한 과제는 일관됐다. 그 동안 ‘친(親) 노동’ 성향으로 무력감에 빠진 기업들을 다독여 일자리 창출 동력을 되살릴 수 있는 고용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자리 주무 부처인 고용부의 주된 정책은 고용과 노동 두 개 분야로 나뉜다.
하지만 김영주 현 장관 체제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친(親) 노동 성향의 정책이 짙었다.
특히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최저임금을 10% 넘게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최저임금 불복종’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근로자들을 위한 노동 정책 위주로 흐르면서 고용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취업시장에 발조차 디디지 못한 청년 실업이 급증하는 한편 취업자 수 증가세가 30만명대 머무는 등 둔화됐지만 이렇다 할 고용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고용과 노동 두 개 축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이재갑 고용부 장관 후보자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이 후보자는 1982년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해 고용부에서 주요 보직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고용정책실장, 고용정책관, 고용정책과장 등을 두루 거쳤고,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앞두고 기자들을 만나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 순위에 둘 것”이라며 “일자리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혼연일체가 돼 유기적으로 조정·연계하는 체제를 도입해야 하고, 노·사 단체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노동 분야로 기울어진 고용부의 정책 축을 고용 쪽으로 옮겨와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문재인 정부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목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자리 창출 여건 조성이 필요한 시기에는 무엇보다 기업들의 자발성을 유도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이 후보자의 균형 잡힌 고용·노동 정책이 기업들의 경영 운신 폭을 넓히고, 단절된 노·사·정 관계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도 “지금까지 고용부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근로조건 개선에 치우쳐 있었다면 이제는 근로 안전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기업 부담을 완화하되 투자 여건을 조성해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한편 재취업, 취업훈련 등을 통해 실업에 대비하는 고용 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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