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에서 '아시아의 바람'이 거세다. 감독과 배우 모두 아시아인으로 구성되어 주목받은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가 3주째 박스오피스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는 것.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지난 2일(현지시간)까지 사흘 동안 222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직전주에 비해 10% 가량 줄어든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작 영화의 경우 개봉 첫 주에 비해 그 다음주 매출이 30% 가량 줄어드는 것을 감안할 때 놀라운 지속세다.
9월 3일 노동절 휴일까지 합치면 약 3000만 달러의 수익이 예상된다. 노동절 연휴 기준으로는 2007년에 나온 공포영화 ‘할로윈’ 이후 11년 만에 최고 성적이 기대된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지난달 15일 미국에서 개봉한 뒤 3주 만에 1억11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최고 수준의 흥행작 반열에도 올랐다. 예상치 못했던 흥행 돌풍 속에서 속편 제작에도 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케빈 콴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존 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대학교수인 중국계 여성(콘스탄스 우)이 엄청난 부자인 남자친구(헨리 골딩)의 싱가포르 집을 찾아가면서 겪는 이야기로 가족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담았다.
이 영화의 흥행이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1993년 '조이 럭 클럽' 이후 25년 만에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두 아시아계 배우로 채웠기 때문이다. 할리우드가 백인들의 잔치를 벌이는 동안 아시아인은 사실상 배제되어 있던 것이 사실. 미국 미디어에서 아시아인은 수학이나 컴퓨터에 능통하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얼간이나 무술 고수 등의 이미지로 점철되어 왔다.
따라서 이 같은 영화가 제작됐다는 사실 자체로 미국 내 아시아인들에게 커다란 의미일 수밖에 없다. 개봉 전부터 소셜미디어에서는 영향력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중심으로 예매를 촉구하는 ‘#GoldOpen(황금개봉)' 캠페인이 벌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실종된 딸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신선한 형식으로 담아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서치’ 역시 할리우드에서 아시아의 바람을 일으키는 또 다른 주역이다. 믿고 보는 미국의 영화평점 사이트로 통하는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가 90%에 이른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가 아버지로 열연한 이 작품은 주말 동안 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박스오피스 랭킹 5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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