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내려야 하는데...판매비 급증 중국 제약업계, 상하이의약 8100억 이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근정 기자
입력 2018-09-03 12:5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사업규모 확장, 경쟁가열, '양표제' 등 유통개혁 영향....판매비 6년새 2.75배

[사진=바이두]




한 편의 영화로 폭로된 현실에 중국 최고지도부까지 나서 의약업계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고 누구나 쉽게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판매가를 낮추라는 지시를 내렸다. 실제로 유통채널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중국 제약업체의 판매비용이 급증하고 있어 주목된다고 경제관찰보(經濟觀察報)가 2일 보도했다.

중국 금융정보업체 윈드에 따르면 상하이의약의 올 상반기 판매비용이 52억1800만 위안(약 8140억원)으로 제약 상장사 중 1위를 차지했다. 푸싱(復行)의약, 부창(步長)제약이 각각 38억 위안, 34억 위안으로 그 뒤를 따랐다. 화룬싼주(華潤三九), 헝루이(恒瑞)의약도 무려 28억 위안을 판매비용으로 사용해 4위권에 올랐다. 상위 10위권 진입 문턱이 19억3500만 위안이다.

윈드는 288개 제약업체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 2012년부터 6년간 판매비가 728억 위안으로 지난해 2000억을 크게 웃도는 2730억 위안으로 급증했다고 소개했다. 무려 2.75배 뛴 것이다. 평균 판매비도 2012년 5억3600만 위안으로 지난해 18억8200만 위안까지 늘었다.

매출 대부분을 판매비로 쓰고 있는 기업도 있다. 액수도 문제지만 비중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선정신(深證信)데이터서비스 플랫폼이 지난 28일 220개 제약업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판매비가 매출액의 절반을 넘은 기업이 20곳에 달했다. 40~50% 사이가 24곳, 30~40% 사이는 31곳, 20~30% 사이는 35곳이다. 평균 비중이 20%를 웃돌았다.

궈눙테크(國農科技)가 대표적으로 판매비의 매출 대비 비중 75.44%로 1위를 차지했다. 룽진(龍津)약업, 링캉(靈康)약업이 73.61%, 71.98%로 그뒤를 이었다.

지난해 3월 중국 의약기업관리협회 등 기관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제약업계의 매출 대비 판매비용 비중이 40%를 웃돈다"며 "해외 혁신 제약기업의 경우 해당 비중이 30%를 밑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외기업은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비용이 10% 이상인데 중국 대다수 의약업체는 5%에 못 미친다고 소개했다. 팔기 위해 돈을 쓰느라 미래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중국 제약업체 판매비, 왜 급증할까

중국 제약업체의 판매비가 급증한 배경에는 시장과 사업규모 확대, 경쟁 가열에 따른 관련 비용 증가와 지난해부터 실시된 '양표제(兩票制)'가 언급된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은 액수를 지출한 상하이의약의 경우 올 상반기 판매비가 전년 동기대비 45% 급증했다. 일단 사업규모가 크게 확장된 것을 판매비 급증의 배경으로 꼽았다. 푸싱의약의 판매비는 66% 훌쩍 뛰었는데 그 배경으로 일부 상품 판매모델 조정, 신제품의 시장 개척과 핵심상품 시장 확대, 기업 인수 등을 언급했다.

헝루이의약은 28억 위안의 판매비 중 학술홍보, 혁신의약품 전문화 플랫폼 건설 등에 23억 위안을 지출했고 출장비 지출이 3억 위안을 웃돈다. 커룬(科倫)약업은 올 상반기 25억 위안의 판매비를 지출했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대비 무려 199%가 증가한 액수다. 커룬은 양표제를 판매비 급증의 원흉으로 꼽았다. 양표제가 등장한 후 시장 개척과 기존 시장 유지를 위한 판매비 지출이 급증한 반면 매출 증가율은 이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는 것.

최근 '나는 약신이 아니다'로 인해 사회적 이슈가 되며 주목받기는 했지만 중국의 의약품의 높은 가격, 누구나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누릴 수 없는 현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개선해야 할 과제로 인식돼왔고 실제로 당국도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표적인 제도가 양표제다. 양표제는 공장에서 생산된 의약품이 판매업자에게 팔릴 때와 판매업자가 다시 병원과 약국 등에 제품을 팔 때, 이렇게 단 두 번만 영수증을 발급하는 제도다. 즉, 소비자에게 제품이 판매될 때까지 기존의 7~8단계를 2단계로 줄인 것으로 단계를 거칠 때마다 마진이 붙어 약품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막는 제도적 장치다. 국무원 등의 지시로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각 유통업체가 감당했던 비용을 제약업체가 떠안게 되고 이에 따라 판매비가 급증하는 추세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는 이들 제약업체의 이익률은 뛰었지만 순익률은 이와 비교해 크게 낮은 현실에서 엿볼 수 있다. 일단 제약업체가 애초에 대부분의 비용을 포함한, 과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면서 이익률은 급증했다. 하지만 이후 유통 과정에서의 비용 부담이 이보다 빠르게 커지면서 실제 돈은 많이 벌지 못한다는 의미다. 룽징약업의 경우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90%를 넘었지만 순이익률은 6.52%에 그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