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 특별사절단의 방북은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번 특사 방북이 막혀 있던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지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북·미 간 교착상태가 길어지면서 북·미 중재자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압력으로 작용했고 결국 특사 파견과 9월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결정이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문 대통령이 특사단을 북한에 보냄으로써 답보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을 구원하기 위해 나섰다면서 북·미 중재자 역할이 다시 한번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대북 특사가 북한에 방문해 남북 관계의 발전뿐 아니라 북·미 간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를 논의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북·미 양국은 누가 먼저 양보할 것인지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 이전 종전선언을 먼저 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의 보유 핵무기 신고 등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종전선언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특사 파견을 포함한 문 대통령의 교착 타개 시도는 북·미 중 누가 먼저 행동에 나설 것인지, 혹은 양측이 동시 행동에 나설 것인지에 관한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만약 행동에 나설 순서를 두고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경우 북한은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는 분위기만 이어갈 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여전히 미국 주류 매체들 사이에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크다. 북한이 핵무기를 먼저 포기하는 대신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것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굳히기 위한 방법이며, 만약 종전선언을 얻어낼 경우엔 국제적인 대북제재의 약화를 얻어내길 위한 근거로 활용할 것이라는 게 워싱턴 주류 외교 전문가들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레온 파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은 3일 ABC뉴스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애초부터 실패가 예견돼 있었다. 모든 것은 악수와 몇 마디를 주고받기 위한 쇼였다”며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평가 절하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접근이나 조사를 위한 진전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상원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까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가시적 진전이 없을 경우 대북 추가 제재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만 특사 방북을 두고 조심스러운 기대감도 나온다. 지난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뜻을 확인했던 특사단과 동일한 구성인 데다, 북한 역시 특사단의 방북을 수용함으로써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FT는 전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VOA와 인터뷰에서 특사단이 북한에 비핵화 조치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북·미 협상에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