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대비 신흥국 통화의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증폭되는 모양새다. CNN은 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페소부터 터키 리리화까지 가치 폭락이 이어지고 있으며, 경제 위기도 심화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금리인상, 정치적 불안과 무역전쟁 등으로 이들 국가의 달러대비 환율 급등 압력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통화불안으로 신흥국 기업들의 회사채도 부도 위험에 처할 경우 위기는 세계 전체로 퍼질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 신흥국 통화가치 추락 이어져
지난달 31일 아르헨티나 페소와 인도네시아 루피가 달러대비 환율이 급등했다. 8월 중순부터 흔들리던 터키 리라화의 가치도 좀처럼 진정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외환 데이터 제공업체 XE닷컴에 따르면 달러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는 최근 다시 6리라 중반대로 올라섰다. 지난달 31일 3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던 인도네시아 루피화 역시 5일에도 가치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환율 쇼크를 경험했던 아르헨티나 정부는 기준금리를 60%까지 올리고 재정 감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내년까지 고금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리고 보고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부채의 70%는 외환 부채다. 터키 역시 치솟는 물가에 곧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보도했다.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의 환율도 달러대비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인도는 견고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어지는 고유가와 달러 상승에 힘겨워하고 있다. 인도는 최근 에너지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석유의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도의 무역전쟁과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도 인도 루피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브라질에선 10월 대선에서 친시장적 후보가 정권을 잡지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환율을 짓누르고 있다. 러시아의 루블화는 경제제재 확대 우려로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 커지는 우려의 목소리···금 가격도 상승
이처럼 터키화 급락에서 시작된 신흥국 불안은 전세계적인 위기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터키를 비롯해 올 들어 달러대비 통화가치가 급락한 국가들은 달러 부채 만기가 도래할 경우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저렴해진 대출 비용을 믿고 신흥국 및 기업들이 빌려간 자금이 상환 불능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달러 강세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늘어난다. 신흥국 회사채가 줄줄이 부도가 날 경우 파장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도 번질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이처럼 신흥국의 위기가 심화하면서 금 가격도 들썩거리고 있다. 3일 아르헨티나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한 긴급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12월물 금 가격은 온스 당 1207달러를 기록하면서 상승했다. 터키 통화위기로 촉발된 시장 불안을 아르헨티나가 더 키우고 있다.
인도 정부가 3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2017년에서 2018년 회계 연도까지 8.5톤의 금을 사들였다고 발표한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인도가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은 최근 불안한 국제경제 상황에서 보유자산을 다양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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