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 4사가 올해 영업이익 8조원을 넘어서는 '실적 신기원'을 이룰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유사 수익의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이 3분기 들어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4일 금융투자 및 정유업계에 따르면 8월 마지막주 정제마진(복합기준)은 8.3달러로 한 달만에 62%(3.2달러) 상승했다. 정제마진은 원유 1배럴을 공정에 투입해 휘발유나 경유를 만들 때 남는 이익이다. 국내 정유사의 손익분기점은 정제마진 4~5달러 수준이다.
최근 정제마진 회복은 해외 설비 가동률 하락과 유가 안정화 등 요인에서 비롯됐다. 지난 6월 미국이 이란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단기적으로 원유 가격이 상승해 마진은 4달러 대로 하락한 바 있다. 하지만 원유 가격이 상승세를 멈추면서 마진이 회복했다.
중국 티팟(소규모 정제설비)이 정부 세금 부과에 따라 가동률이 하락한 점도 정제 마진 반등에 한몫을 했다. 또 여름 드라이빙 시즌에 휘발유와 경유의 수요가 늘어나는 점도 정제마진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계절적 성수기 진입, 증설 효과 등도 하반기 정유 4사의 실적을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에쓰오일은 4분기부터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RUC·ODC) 프로젝트의 상업 가동에 돌입한다. 현대오일뱅크도 2400억원을 투입한 고도화 설비 'SDA 공정'이 완공돼 4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이외에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파라자일렌(PX) 가격 상승도 실적 전망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아시아 지역 PX 가격은 최근 t당 1200달러를 넘어서면서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PX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 가격 상승의 요인이다.
올해 상반기 정유 4사는 정유 부문에서 견조한 실적을 낸 반면 석유화학 부문은 부진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같은 요인을 감안해 정유 4사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 '8조원 시대'를 활짝 열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정유 4사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대비 15.7% 증가한 3조681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정유사별로 △SK이노베이션은 전년 대비 9.8% 증가한 1조5632억원 △GS칼텍스는 전년 대비 8.8% 증가한 8653억원 △에쓰오일은 전년 대비 45.8% 증가한 6572억원 △현대오일뱅크는 전년 대비 16% 증가한 596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정유 4사는 최근 2년 연속 영업이익이 7조원 대에 머물렀다. 2016년에는 7조9513억원, 지난해에는 7조869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다만 10월부터 중국에서 하루 40만 배럴의 정유업체가 가동을 시작해 역내 정제마진의 추가적인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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