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만 하더라도 아파트값은 크게 오를 것 같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서울 아파트값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8월 말 이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구입할 집을 보지도 못하고 계약금부터 내야 하는 상황이다.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 매도자의 계약금 배액 배상도 속출한다.
반면 경제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자영업의 폐업률이 90%에 근접하고 있다. 제조업 생산설비의 가동상태 추이를 나타내는 제조업 가동률지수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그동안 장사를 잘하던 유명 음식점도 문 닫는 곳들이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의 폐해라는 경제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경기가 이렇게 나쁘면 집값은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데 서울 아파트 주간 단위 상승률이 1% 가까이 나오는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큰 폭으로 집값이 오르는 것은 투기꾼의 장난 때문이라고 치부하는 듯하다.
집값은 경기 상황과 상관없이 상승 또는 하락할 수 있다. 경기 침체가 계속돼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집값은 급락할 수 있다. 마치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오면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단기적으로 경기가 아주 나쁘지만 매매 시장의 수급이 어긋난 상황에서는 오히려 집값이 뛸 수 있다. 수많은 주택시장의 규제로 인해 매물이 시장에 출회되지 못하면, 투기꾼이 없더라도 집값은 뛴다. 실수요량보다 매물량이 부족하면 집값은 이상 급등을 보일 수 있다. 마치 마른 장작에 불이 붙듯 집값이 활활 타오를 수 있다.
매물 공급이 되지 않으면 경기가 나빠도 집값은 오를 수 있고, 매물 공급이 늘어나면 경기가 좋아도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 시장에 매물이 없는 이유는 주택 양도세 중과세로 인한 높은 세금 때문에 도저히 팔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재건축 입주권 거래 금지, 분양권 전매금지 등으로 싼 매물이 나오는 통로 자체가 차단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실수요자 측에서는 소위 인기지역 주택을 구입할 통로가 차단돼 있다. 청약가점제 등으로 청약 기회가 대폭 축소되고 재건축 입주권 거래 금지와 분양권 거래금지 등으로 인해 매수자는 오로지 재고주택을 매수할 수밖에 없다. 1가구 1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층은 강남이나 서울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매수세를 응집하는 요인이다. 정부 정책에 순응해 똘똘한 한 채를 찾아 가는 수요층이 늘어나고 있다.
집값은 장기적으로 물가에 연동하겠지만, 정책이나 규제의 강도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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