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운산업을 살리겠다며 수립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시작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양공사) 설립까지 순식간에 내달렸지만, 이후 진척 상황이 더디다.
지난 4월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경우, 시행 5개월이 지났지만 해양공사를 설립한 것이 전부다. 해운업계는 정부의 해운재건 프로젝트에 반색하며 투자에 나섰지만, 5개월간 극심한 ‘보릿고개’를 버티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운재건 컨트롤타워를 해양수산부에 맡기지 말고 청와대가 직접 정책을 추진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속도감 있는 정책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해양공사는 7월 출범 이후 조용한 행보다. 당초 예상과 달리 초반부터 ‘현대상선 밀어주기’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던 국적선사 살리기가 이달 중 성과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해양공사가 속도조절에 나서자, 현대상선은 애가 탈 지경이다. 당장 대형선박 발주에도 차질이 생겼다. 현대상선은 해양공사 출범을 누구보다 기다렸다. 그런데 10월까지 자금조달이 불투명하다.
현대상선은 2015년 2분기 이후 올해 2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영업적자 상태다. 당기순손익 역시 지난해 1조2182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4184억원 규모 당기순손실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황호선 해양공사 사장은 지난달 28일 한국선주협회와의 업무협약식에서 “우리 공사의 입장은 대표적인 국적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을 경쟁력 있는 선사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산업은행의 실사가 진행 중이고, 세부 내용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양공사 스스로 결정권이 없다는 부분도 분명히 했다. 정부와 채권단의 결정이 우선순위라는 얘기다. 해양공사가 해운산업 컨트롤타워가 될 수 없는 결정적 이유인 셈이다.
황 사장은 “실사와 지원규모는 정부의 산업경쟁력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최종 결론이 나는 사항”이라며 “해양진흥공사에서 사전에 시기나 규모를 언급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소선사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SM상선은 아예 지원대상에서 배제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 업무협약식에서도 SM상선은 빠졌다. 중소선사 우선지원이라는 취지가 무색한 대목이다.
업계 반응은 무관심이다. 해운재건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상태다. 청와대, 해수부, 해양공사 모두 컨트롤타워 역할을 미루는 분위기에서 업계가 기대치를 높이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공사 설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운업은 국가산업인데 서로 책임만 회피하고 있어,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기 힘든 상황”이라며 “업무협약식 같은 형식적인 홍보 말고 실제적으로 해양공사가 정책 권한을 추진하는 방식이든, 청와대가 국가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든 속도감 있는 전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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