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대북제재의 고삐를 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과 합법적·불법적 무역을 재개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미국 NBC 방송은 5일(현지시간) 지난 5월부터 6월 사이 적어도 10척의 북한 화물선이 중국 산둥(山東)성 룽커우(龍口)항 석탄부두로 들어가는 것이 해상 자료업체 윈드워드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단둥(丹東)시로 향하는 북·중 접경지역 인근 다리를 통한 수송물량도 회복돼, 석탄을 실은 작은 트럭들이 접경지역 다리 위로 이동하는 장면도 사진으로 찍혔다고 방송은 전했다. 중국의 대북무역을 재개를 지적한 것이다.
NBC는 또 전직 미국 관료·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최근 몇 달간 석탄 수송부터 건설 프로젝트 부활, 관광 재개에 이르기까지 대북무역을 재개해 미국의 외교를 탈선시키고 북한에는 구명줄을 던져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 근거로 휘발유 가격 안정화가 제시됐다. 중국이 지난해 연료 공급을 줄이면서 치솟았던 북한 휘발유 가격이 지난 3월부터 지속해서 하락한 점이 북한의 또 다른 '경제적 해빙' 신호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 내 비공식적인 유로화 환율은 제재의 여파로 1유로가 북한 화폐 기준 1만원까지 치솟았으나 6∼7월 8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방송은 전했다.
미국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 루커스 쿠오 연구원은 지난 5월부터 북한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 외국 조업 선박이 증가세를 보였다며 북한이 유엔 제재의 '조업권 거래 금지 조항'도 위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에서의 건설 활동도 재개돼 중국 투먼(圖們)시와 북한 남양시의 합동 다리 프로젝트에 노동자와 중장비가 투입됐고, 중국의 대북 관광도 6월부터 급증해 북한의 돈벌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북무역 재개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약속에 대한 명확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을 서두르며 국제적 대북제재가 흐트러졌다는 지적이다.
대니엘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랑해 온 ‘최대압박’은 이제 기껏해야 ‘최소압박’이 됐다”며 “이는 지렛대의 엄청난 상실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NBC도 "압박 캠페인을 다시 원상태로 돌리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중국뿐 아니라 한국의 진보정권도 북한과의 경제적 관여를 촉진하고 있고, 워싱턴과 북한의 무역을 옥죄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이득을 봐왔다”며 “북한 정권은 미사일과 핵 기술 향상을 위한 더 많은 시간을 벌었고 현 상황은 그들에게 매우 좋다"고 역설했다.
한 정보 관리는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에서 아직 의미 있는 변화는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북무역이 늘어날지는 모르지만, 제재 이행은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간 비핵화 협상 교착과 관련해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중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며 ‘중국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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