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쇼크 10년]신흥국發 금융위기 그림자…'10년 주기설' 공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신회 기자
입력 2018-09-07 04: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上-①]9월15일 리먼쇼크 10주년…불안한 신흥시장 위기 재발 우려 증폭

5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시민이 환율 안내판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오는 15일은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른바 '리먼쇼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됐다. 세계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졌고, 국제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10년이 지난 오늘 신흥시장에서 움트고 있는 새로운 위기의 조짐은 리먼쇼크의 고통을 곱씹게 한다. 2회에 걸쳐 리먼쇼크의 기억을 되짚어본다.<편집자주> 

리먼브러더스 붕괴 사태 10주년을 맞아 '금융위기 10년 주기설'이 다시 불거졌다. 최근 신흥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파란이 심상치 않아 보여서다.

리먼브러더스는 2008년 9월 15일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에 빠뜨렸다. 그야말로 '리먼쇼크'였다. 당시 리먼브러더스는 미국 4위 투자은행으로 158년의 역사를 자랑했다. 미국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터지면서 이미 1년 전부터 금융위기의 조짐이 있었지만, 리먼브러더스 같은 월가의 거물이 순식간에 무너지리라고 생각한 이는 드물었다.

금융위기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리먼쇼크의 파장은 끔찍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미국 금융권 안팎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무너지는 초현실적인 일이 잇따랐다. 미국 간판은행 씨티그룹과 자동차 대기업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정부의 구제로 간신히 연명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당시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경기침체, 이른바 '대침체(Great Recession)'를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보다 강력한 '100년 만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10년 주기설이 다시 주목받는 건 단순히 리먼쇼크 10년 만에 신흥시장에서 위기가 불거졌기 때문이 아니다. 신흥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도 여러 번 특유의 불안정성과 취약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긴장시켰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2009년 대침체에서 벗어난 미국의 성장세와 증시 강세장이 정점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는 데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선진국이 푼 천문학적인 유동성에 의존해 성장한 신흥시장이 더 이상 '빚잔치'를 벌일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공세 탓이다.

10년 주기설은 이미 많은 경제학자와 금융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가 뒷받침한다. 1970년대에 쓴 '대공황의 세계 1929-1939(The World in Depression: 1929-1939)', '광기, 패닉, 붕괴(Manias, Panics and Crashes)' 등의 저서로 유명한 미국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40년간의 금융위기를 분석한 뒤 금융위기가 평균 10년마다 일어난다는 결론을 내렸다. 폴 볼커 전 연준 의장도 "약 10년마다 50년 만의 최대 위기가 발생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50년만 되돌아봐도 10년 주기설은 섬뜩할 정도로 들어맞았다.

1970년대 중반 미국과 영국은 경기침체 속에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동시에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2차 대전 이후 경기확장세에 종지부를 찍을 만큼 강력했던 충격은 당시도 '대침체'라고 불렸다.

1980년대에는 남미 신흥국들이 채무위기로 '잃어버린 10년'을 보냈고, 1980년대 말 미국에서는 저축대부조합(S&L) 절반이 파산한 S&L 사태가 일어났다. 또 1990년대 말에는 러시아와 남미, 아시아 주요 신흥국들이 외환위기를 겪었다. 이때도 경기확장기에 비롯된 '신용거품'이 문제가 됐다. 2000년대 초 글로벌 증시를 강타한 미국발 닷컴버블 붕괴 사태도 마찬가지다.

질리언 테트 파이낸셜타임스(FT) 미국 편집장은 최근 쓴 칼럼에서 "우리는 왜 거듭 위기를 겪어야 하는 운명인 거냐"며 "우리는 왜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느냐"고 되물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