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혜 기자의 짠내 생존기] 결과적으로 초이노믹스만 솔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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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18-09-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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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때 2억은 부모님한테 받고 4억은 대출을 받아 서울숲 인근에 아파트를 샀다. 지금은 집값이 11억을 넘겼다. 초이노믹스의 '빚 내서 집 사라'는 말을 들은 게 지금까지는 인생 최고의 선택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초이노믹스만 솔직한 것 아니냐. 정말로 그때 빚 내서 집 샀어야 했다. '집값 잡겠다'는 정부 중 진짜 집값 잡은 정부가 있었나. 죄다 올려놓기만했지. 정부의 '집값 잡겠다'는 말을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변 30대 초반 친구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고삐 풀린 말마냥 미친듯이 내달리는 집값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한다. 지금 버는 돈으로는 서울에 집 살 가능성은 제로라는 것이다. 이들은 3~4년 전의 30대 초반이었던 선배들을 부러워한다. 회사 선배들 중 당시 산 집값이 수억원 오른 이들이 있다며 부러워하다가 현실에 분노한다.

실제로 집값은 역대 최장 기간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서울 주택가격 상승률 통계'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2014년 8월 이후 지난달까지 49개월(4년 1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기간 강남에서는 1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이 난 곳들이 많다.

2014년 8월의 앞 뒤인 그 해 7월과 9월은 최경환 경제팀이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은 시기다. 7월에는 LTV 70%, DTI 60%로 일괄 완화했고 9월에는 재건축 연한 완화 등을 발표했다. 빚 내서 집 사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후 얼마 안돼 초이노믹스는 막을 내리고, '갚을 능력만큼 빌려 처음부터 나눠 갚는' 분위기로 급전환했다. 하지만 그 시절 불 지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집값을 잡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8월 김현미 장관은 "다주택자 집 팔아라"고 경고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장관 말 들은 사람들 죄다 땅 치며 후회 중"이라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똘똘한 한채'가 주목 받으며 서울로 들어가려는 수요는 늘어난 가운데 매물은 씨가 말라 집값이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현 정부가 톰 소여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톰은 인간행위의 가장 위대한 법칙 가운데 하나를 알아냈다. 인간으로 하여금 뭔가를 갖고 싶도록 만들려면 그것을 손에 넣기 어렵게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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