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 씨는 지난 5일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에 "냥아치들에게 집 빼앗긴 댕댕이"라며 다수의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아이고, 이걸 누구한테 말해야 하나. 저것들이...저것들이!!!" |
이 게시물에 따르면 고양이 두 마리가 개집으로 보이는 켄넬을 점령하고 있다. 한 마리는 켄넬 안에, 다른 한 마리는 켄넬 위에 올라가 말티즈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뜻 보면 말티즈가 가만히 있는 고양이들에게 시비를 거는 것 같기도 한데, 말티즈가 고양이들을 향해 짖는 모습이 왠지 억울한 사연이 있을 것만 같다.
아니나 다를까 현아 씨 설명에 따르면 말티즈의 집을 고양이들이 뺏은 상황이란다.
고양이들의 이런 행동은 한두 번 보는 게 아니니 대수롭지 않게 넘길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냥아치들이 괘씸한 건 집을 빼앗긴 말티즈와 나이 차이가 상당히 난다는 것이다.
말티즈 '별이'는 올해로 10살이 된 할머니 개다. 반면 냥아치들은 흰색 페르시안 '코야'가 1년6개월, 얼룩무늬 노르웨이숲 '아루'는 고작 8개월령의 어린 녀석들이다.
영상 속 상황은 사람으로 따지면 10대, 20대 손자들이 환갑을 넘긴 할머니를 침대에서 내쫓는 격이다.
형용할 수 없는 당당함. |
현아 씨는 최근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이날도 공부 삼매경에 빠져있었는데, 평소 얌전하던 별이가 왕왕 짖으며 화를 내는 게 아닌가.
현아 씨는 '우리 할머니께서 오늘은 뭐가 마음에 안 드시나~'하고 별이에게 갔다가 냥아치들의 장면을 목격했다. 냥아치들은 별이 집을 불법점거한 것도 모자라 집 주인인 별이를 냥펀치로 가격하고 있었다.
실로 너무 귀여운 상황이 아닌가! 현아 씨는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고 연신 사진과 영상을 찍어댔다.
"이 할머니는 조심성이 없구만, 냥펀치는 위에서도 날아온다고!" |
냥아치 녀석들이 별이 집을 빼앗은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집을 빼앗는 건 예사고, 지붕 위에 올라가 집을 망가뜨리는 일도 다반사라는 게 현아 씨 설명이다.
한두 번이 아니다보니 이럴 때 냥아치들의 범행을 차단하는 노하우까지 생겼다. 현아 씨가 바닥을 긁고 있으면 냥아치들 눈이 휘둥그레 지면서 뭐가 있나 보러 온단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녀석들.
"음~ 우리의 소리는 역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들어야 제 맛이지" |
두 냥아치의 악행을 소상히 파헤치자면 자진모리 장단으로 읊어도 꼬박 하루가 걸릴 지경이다.
"뿌지직!" 똥 싸고 모래 안 덮기, 화분에 사뿐 올라가 죄 없는 식물 "지근지근" 밟아 죽이기, "크~ 바로 이 맛이야!" 변기에서 물 퍼먹기, 기껏 차려놓은 밥상 위에 올라가 주인 식사 방해하기 등이 있다.
여기에 아루는 냥춘기답게 보이는 건 뭐든 물어뜯는 바람에 하루가 멀다하고 입이 부르터 있다. 아루가 파괴하는 물건에는 예외가 없다. 얼마 전 필기시험을 앞두고 집사의 책을 아루가 갈기갈기 조각을 내놨다.
"나는 고양이기도 하고 드릴이기도 하다!ㅋㅋㅋ"(좌) / 워낙 이것저것 물어뜯는 바람에 입술이 부르튼 아루(우) |
그러나 아루가 책을 찢은 뒤 필기시험에 붙자 현아 씨는 이를 길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아루는 실기 교재 마저 망쳐놨다. 덕분에 현아 씨는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아마 합격할 것 같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어보였다.
교재를 망가뜨린 아루가 미울 법도 하지만, 현아 씨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그 만큼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일 거다.
아루는 어쩌면 현아 씨에게 그랬듯, 별이 할머니에게 새 집을 선물하고 싶어 망가뜨리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물론 판단은 오롯이 현아 씨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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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호 기자 juho120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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