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개 집 빼앗는 냥아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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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9-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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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인간의 나이로 환갑이 넘은 할머니 개에게 괘씸한 행동을 일삼는 고양이들의 영상이 눈길을 끌고 있다.

현아 씨는 지난 5일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에 "냥아치들에게 집 빼앗긴 댕댕이"라며 다수의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아이고, 이걸 누구한테 말해야 하나. 저것들이...저것들이!!!"

이 게시물에 따르면 고양이 두 마리가 개집으로 보이는 켄넬을 점령하고 있다. 한 마리는 켄넬 안에, 다른 한 마리는 켄넬 위에 올라가 말티즈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뜻 보면 말티즈가 가만히 있는 고양이들에게 시비를 거는 것 같기도 한데, 말티즈가 고양이들을 향해 짖는 모습이 왠지 억울한 사연이 있을 것만 같다.

아니나 다를까 현아 씨 설명에 따르면 말티즈의 집을 고양이들이 뺏은 상황이란다.



고양이들의 이런 행동은 한두 번 보는 게 아니니 대수롭지 않게 넘길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냥아치들이 괘씸한 건 집을 빼앗긴 말티즈와 나이 차이가 상당히 난다는 것이다.

말티즈 '별이'는 올해로 10살이 된 할머니 개다. 반면 냥아치들은 흰색 페르시안 '코야'가 1년6개월, 얼룩무늬 노르웨이숲 '아루'는 고작 8개월령의 어린 녀석들이다.

영상 속 상황은 사람으로 따지면 10대, 20대 손자들이 환갑을 넘긴 할머니를 침대에서 내쫓는 격이다.

형용할 수 없는 당당함.

현아 씨는 최근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이날도 공부 삼매경에 빠져있었는데, 평소 얌전하던 별이가 왕왕 짖으며 화를 내는 게 아닌가.

현아 씨는 '우리 할머니께서 오늘은 뭐가 마음에 안 드시나~'하고 별이에게 갔다가 냥아치들의 장면을 목격했다. 냥아치들은 별이 집을 불법점거한 것도 모자라 집 주인인 별이를 냥펀치로 가격하고 있었다.

실로 너무 귀여운 상황이 아닌가! 현아 씨는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고 연신 사진과 영상을 찍어댔다.

"이 할머니는 조심성이 없구만, 냥펀치는 위에서도 날아온다고!"

냥아치 녀석들이 별이 집을 빼앗은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집을 빼앗는 건 예사고, 지붕 위에 올라가 집을 망가뜨리는 일도 다반사라는 게 현아 씨 설명이다.

한두 번이 아니다보니 이럴 때 냥아치들의 범행을 차단하는 노하우까지 생겼다. 현아 씨가 바닥을 긁고 있으면 냥아치들 눈이 휘둥그레 지면서 뭐가 있나 보러 온단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녀석들.

"음~ 우리의 소리는 역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들어야 제 맛이지"

두 냥아치의 악행을 소상히 파헤치자면 자진모리 장단으로 읊어도 꼬박 하루가 걸릴 지경이다.

"뿌지직!" 똥 싸고 모래 안 덮기, 화분에 사뿐 올라가 죄 없는 식물 "지근지근" 밟아 죽이기, "크~ 바로 이 맛이야!" 변기에서 물 퍼먹기, 기껏 차려놓은 밥상 위에 올라가 주인 식사 방해하기 등이 있다.

여기에 아루는 냥춘기답게 보이는 건 뭐든 물어뜯는 바람에 하루가 멀다하고 입이 부르터 있다. 아루가 파괴하는 물건에는 예외가 없다. 얼마 전 필기시험을 앞두고 집사의 책을 아루가 갈기갈기 조각을 내놨다.

"나는 고양이기도 하고 드릴이기도 하다!ㅋㅋㅋ"(좌) / 워낙 이것저것 물어뜯는 바람에 입술이 부르튼 아루(우)

그러나 아루가 책을 찢은 뒤 필기시험에 붙자 현아 씨는 이를 길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아루는 실기 교재 마저 망쳐놨다. 덕분에 현아 씨는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아마 합격할 것 같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어보였다.

교재를 망가뜨린 아루가 미울 법도 하지만, 현아 씨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그 만큼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일 거다.



아루는 어쩌면 현아 씨에게 그랬듯, 별이 할머니에게 새 집을 선물하고 싶어 망가뜨리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물론 판단은 오롯이 현아 씨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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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호 기자 juho120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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