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라고 불릴 만큼 그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다. 급증하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둘러싼 세계 각국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이유다.
9일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데이터 규모가 44조 기가바이트(GB)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 가운데 데이터 저장 산업은 2015년에 43억 달러 규모에서 2020년에는 75억5000만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글로벌 IT 기업이 다양한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면서 해당 시장 선점에 나선 이유다.
특히 생명체의 유전자 정보를 보존하는 DNA를 사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술이 최근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은 DNA가 보유하고 있는 4개의 염기(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를 다른 방식으로 합성해 데이터를 기록하고 읽는 기술이다.
DNA 데이터 저장 기술은 1g의 DNA에 고화질 영화 1000여편을 저장할 수 있다. DNA 1㎏만 가지고 있어도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디지털 정보의 저장이 가능한 높은 데이터 저장 밀도를 가지고 있다.
또한 DNA는 수백년에서 수천년이 지나도 정보를 손상 없이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하버드대·컬럼비아대 등 학계를 중심으로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도 해당 기술 확보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워싱턴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약 200메가바이트(MB)의 뮤직비디오를 DNA에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DNA 데이터 저장 기술의 잠재성만 발견했을 뿐, 상용화까지 이뤄지는 사례는 없었다. 카탈로그 테크놀로지는 DNA 염기들이 수십개 연결된 조각들을 미리 만들어뒀다가 조합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금속 활자판처럼 응용할 수 있는 DNA를 발명해 최초로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데이터 관련 업체는 6700여개 수준으로, 데이터 수집분야의 국내기업 점유율은 78%, 글로벌 기업은 22%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데이터 분석의 경우 국내기업 점유율이 24%, 글로벌 기업은 76%에 달하는 실정이다.
정화민 남서울대학교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데이터가 기반이 되는 초 연결사회로, 데이터 분석과 활용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한다"며 "국가적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아닌 목적과 용도에 따라 빅데이터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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