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무역전쟁 표적으로 거론하면서 압박하는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오는 20일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태풍과 지진에 따른 피해 복구에 전념하는 모습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과의 무역갈등에서 시장 개방이라는 민감한 이슈가 부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일본과 무역협상을 시작했다“면서 ”만약 우리가 일본과 무역 협정을 이루지 못할 경우 일본은 그게 큰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협상하지 않은 것은 “응징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에는 반대로 느끼고 있다”며 협박성 발언을 이어갔다.
미국은 일본에 자동차와 농업 분야의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일본을 압박해왔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미국과의 무역협상과 관련해 말을 삼가는 모습이다. 그는 8일 열린 홋카이도 지진 관계각료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니혼게이자이는 9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대미 무역분쟁을 논의하기 위해 외무성 고위 관리를 총리 관저로 부르지도 않았다.
오는 20일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약점이 될 수 있는 농산물 시장 개방이 선거 전 주요 이슈로 부각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다만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기 전인 6일에 일본 농업협동조합의 나카야 도루 회장에게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조건 이상으로 양보할 수 없다는 의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운동 당시부터 대일 무역적자에 불만을 표했으며 취임 직후 TPP를 탈퇴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688억 달러(약 77조3000억원)로 중국, 멕시코에 이어 3위였다.
싱크탱크 스트랫포(STRATFOR)의 애널리스트들은 일본 기업들이 미국 내에 많은 공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공세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한편 일본 내에서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개인적 친분’이 무역 문제에서도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일부 관리들은 아베 총리가 골프 외교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유화적 태도를 이끌어내길 바라고 있다는 것.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함께 골프를 치면서 개인적 친분을 쌓고 이를 외교적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라운딩 중 벙커 밖으로 나오려다 뒤로 벌러덩 자빠져 굴욕 외교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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