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구멍 뚫린 ‘해썹’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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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기자
입력 2018-09-1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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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생활경제부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공식 홈페이지의 이달의 인기 검색어란에 ‘식중독’과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이 함께 올랐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식약처와 교육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일 부산 지역 등 학교급식소 13곳에서 같은 원인으로 추정되는 집단식중독이 발생했다. 역학 조사 결과 제과류 전문 납품업체인 W사가 만든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이크’를 유통전문판매사인 풀무원푸드머스가 받아 단체급식 메뉴로 제공한 것이 원인이었다.

식중독 의심 환자 수는 지난 8일 기준 학교와 어린이집을 포함해 55개 집단급식소 2161명에 달한다.

현재 ‘총알받이’는 풀무원이다. 이름이 알려진 기업이라는 죄다. 풀무원은 공식 사과문을 내고 “종합관리대책을 마련해 제조협력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하고, 유통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유통사로서 풀무원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책임 유무를 냉정하게 따지자면 문제 있는 케이크를 만든 회사는 W사이고, W사에 2016년 5월 해썹 인증을 달아준 곳이 식약처다.

가장 크게 책임을 통감해야 할 식약처는 매일 늘어나는 식중독 의심 환자 수치만 발표하고 있을 뿐 ‘구멍 뚫린 해썹 인증 체계’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닫고 있다.

식약처 법령에 따르면 해썹은 식품의 원료 관리부터 제조·가공·조리·유통까지 모든 과정에서 각 과정의 위해요소를 확인해 중점 관리하는 기준을 말한다.

그런데 현행 해썹은 제조 공정과 사후 관리에만 집중돼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케이크와 같은 가공식품이 아닌, 식품 원재료라 볼 수 있는 계란에서 이미 신뢰도가 깎였다. 지난해 소비자를 안전 불감증으로 몰아넣은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계란 잔류농약 전수검사 결과 기준위반 농가 52곳 가운데 해썹 인증을 받았던 곳이 절반 이상인 28곳에 달했다.

이번에도 식약처는 식중독 발생 이틀 뒤인 7일에서야 제조사가 아닌 원재료 공급업체에 대해서도 추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2018년 해썹 정책방향 회의’에서는 부실업체 강제퇴출제도 도입 등 ‘사후약방문'식 방안들이 논의됐다.

해썹 인증업소는 식품관리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지는 대신,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른 우대와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한 세제 감면 등의 혜택을 받는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해 관리 감독하는 것은 식약처의 몫이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원재료가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해썹’ 인증이 식품 안전의 대명사가 될 수 있도록 식약처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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