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에 5일(현지시간) 게재된 익명 기고를 둘러싼 백악관의 '범인 찾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BBC가 해당 칼럼의 작성자를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으로 추정했다.
영국 BBC는 6일 "우리는 모두 각자의 독특한 문체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숨기려는 시도는 성격의 일부를 억누르는 것과 같다"며 펜스 부통령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BBC는 "해당 칼럼은 일반적인 정부의 공식 성명과 비교하면 독특한 특징이 있다"면서 "문장의 길이가 매우 짧다"고 지적했다. 1개의 문장을 이루는 단어가 평균 19.3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BBC가 집계한 펜스 부통령의 평소 성명 또한 이와 비슷한 길이다. 지난달 31일 존 매케인 상원의원 장례식에서 그가 낭독했던 추모사는 문장 당 단어 숫자가 17.4개다. 그 전날 미 재향군인회 연례회의에서의 연설 또한 문장 당 17.6단어에 불과했다. 지난달 23일 휴스턴에서의 연설 역시 평균 19.7개의 단어로 이뤄졌다.
펜스 부통령이 1990년대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던 시절 썼던 칼럼들 또한 간결하고 쉽게 읽히는 문체라는 점에서 유사성이 많다고 BBC는 꼬집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의 성명이나 연설은 문장 당 평균 단어가 30개에 가까웠다. 지난 4일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의 성명은 문장 당 평균 31단어로 구성됐다. 지난달 있었던 트럼프의 한 연설문 또한 문장 당 평균 30단어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수동태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 또한 익명 기고자가 펜스 부통령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BBC는 밝혔다. 일반적으로 미국 정부의 공식 성명에서는 능동태가 주로 쓰이지만, 해당 칼럼에선 수동태가 반복해서 등장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의 지난달 휴스턴 연설에서는 수동태가 7번 등장했다. 재향군인회 연설에서도 3번이 나왔다. 1990년대에 그가 기고한 916 단어 길이의 칼럼에서도 수동태는 6번이나 쓰였다.
펜스 부통령이 익명의 기고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팟캐스트 프로듀서인 댄 블룸은 칼럼에 나온 '북극성(lodestar)'이라는 단어를 펜스 부통령이 과거 연설에서 종종 사용했다는 점을 근거로, 일찌감치 펜스 부통령을 범인으로 의심했다. 펜스 부통령 측은 "펜스 부통령은 자신의 칼럼에는 이름을 밝힌다"며 즉각 이를 부인했다.
다만 BBC는 이 칼럼의 기고자가 펜스 부통령이 아니라 펜스 부통령의 '스피치 라이터'일 수도 있으며, 의도적으로 펜스 부통령이 의심받게 하기 위해서 누군가 문체를 흉내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5일 NYT에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 레지스탕스의 일부'라는 제목의 익명 칼럼이 기고됐다. 해당 칼럼이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분노를 드러내는 한편 기고자를 색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