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식 페스티벌'에 수만 명의 중국인이 몰리는 등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의 여파가 눈에 띄게 옅어지고 있다.
현지 교민 사회도 압박감에서 벗어나 점차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한류 재확산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지난 8~9일 베이징의 대표적인 한인 거주지역인 왕징(望京) 내 치린서(麒麟社) 먹자골목에서 '2018 국제 한식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베이징한국중소기업협회와 한식진흥원 베이징분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다.
500m 남짓의 티(T)자형 먹자골목에 20여개의 간이 점포가 빼곡히 들어찼다. 현지 교민이 운영하는 요식업체들이 임시로 차린 점포다.
한식 페스티벌과 함께 열린 '우수 상품전'에도 25곳의 교민 업체가 참가해 의류·신발·화장품·액세서리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했다.
이틀간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은 5만여 명. 이 가운데 2만 명 가량이 중국인으로 집계됐다.
총 매출액은 100만 위안(약 1억6500만원), 이틀새 6만 위안(약 1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곳도 있었다. 기존 고정 점포는 정상 영업을 하는 가운데 간이 점포에서만 발생한 매출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도 행사 성공을 위해 힘을 보탰다. 행사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대량 구매하는 식으로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행사 이틀째인 9일 먹자골목을 방문한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는 교민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애로·건의 사항을 청취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사드 갈등 이후 두드러졌던 중국인과 현지 교민들 간의 위화감이 해소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온대성 한식진흥원 베이징분회장은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많은 중국인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 왔다"며 "전체 방문객의 40% 정도가 중국인이라는 게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양손에 어묵꼬치와 떡볶이 등을 든 인파가 뒤섞여 있으니 누가 중국인이고 누가 한국인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행사장에 점포를 마련한 한 요식업체 대표는 "지난해 열렸던 한국 상품 바자회의 경우 주민 신고로 공안이 출동하는 바람에 행사가 조기 종료되는 등 불편한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며 "올해 행사는 잡음 없이 원만하게 치러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전했다.
행사장 초입에 마련된 김치 체험관에 유독 많은 방문객이 몰렸다. 전라북도 진안의 부귀농협이 생산한 김치를 시식하는 코너였다. 부귀농협은 지난달 말 7t 규모의 김치를 중국에 첫 수출했다.
현장에서 두 봉지의 김치를 구매한 장숴(張爍·여)씨는 "수분이 많은 중국 김치와 달리 아삭한 식감이 인상적이라 먹어보기로 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국적과 상관 없이 축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웃었다.
온 회장은 "사드 갈등 이후 경제적·정신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교민 사회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라며 "(사드 사태를 계기로) 생업에 바빠 서로 무관심했던 교민들이 다시 뭉치고 교민 사회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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