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이 기술력을 높이고 신성장 동력이 될 신흥산업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초강대국으로 꼽히는 미국까지도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고자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특히 '반도체 굴기'에 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하지만 지나친 열기로 인해 과도한 자금이 몰리면서 거품이 일고 있어 우려된다고 21세기경제보도가 최근 보도했다.
집적회로 등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기회로 크게 주목받은 지 3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투자 열기는 뜨겁다. 특히 미국이 중국 대표 통신장비업체인 중싱(中興·ZTE)의 대(對)이란·대북 제재 위반을 이유로 미국산 제품 수출을 금지하자 중국 지도부가 기술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이 이러한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올해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최 후에만 중국 내 30개 도시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주요 목표로 내세웠고, 이 중 상당수는 산업 발전의 '자금탄환'이 될 기금도 조성했다. 최근까지 이들 기금 모집액은 3000억 위안(약 49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 새로운 기업은 계속 탄생하고 기존 기업은 부단히 사세를 확장하면서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2015년 말 기준 736곳이었던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은 2016년 말 1362곳으로 급증했다. 투자 가치가 있는 곳에 자금 등 자원을 집중해야 발전효율이 높아질 수 있는데,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기업과 반도체 산업 육성을 내건 곳곳에 자원이 분산되면서 투자 효율은 떨어졌다. 기술력 제고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인재 확보전까지 치열해지면서 높아지는 인건비도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 다수가 "중국 본토 반도체 산업의 인건비 수준이 이미 대만을 넘었고 상하이의 경우 임금 수준이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맞먹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집중도도 미국, 대만 등지에 크게 못 미친다. 중국반도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10대 반도체 설계업체의 총 매출은 788억2000만 위안으로 전체 2073억5000만 위안의 38%에 그쳤다. 2013년 36%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는 반도체 대표 기업이 독보적인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우 상위 10대 업체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다. 대만도 80%를 웃돈다.
왕후이롄(王滙聯) 샤먼 반도체투자그룹 총경리는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에서 반도체 산업이 꽃을 피우도록 지원해야지 아무 생각 없이 떼로 몰려들어 성과를 거두려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는 기업이 인재풀을 확대하고 기술력을 높이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각 기업이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연구·개발(R&D)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창뎬(長電)테크, 퉁푸웨이뎬(通富微電), 스란웨이(士蘭微), 중국 반도체 공룡 칭화유니그룹 산하 상장사인 쯔광궈웨이(紫光國微) 등 15개 상장 반도체 기업의 올 상반기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평균 6%에 그쳤다.
쯔광궈웨이 등 3개 업체만 비중이 20%를 웃돌았고 나머지는 모두 10%를 넘지 못했다. 이들 15개 기업의 상반기 총 매출은 490억 위안, 이윤은 22억9000만 위안, 순이익률은 4.67%로 모두 미국과 대만 기업 수준에 못 미쳤다고 21세기경제보도는 꼬집었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은 미국 등에서 수입하고 중국 기업 대부분은 수준이 낮은 저가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국산브랜드인 화웨이, 오포, 비보의 경우도 플래그십 제품의 4G 무선주파수(RF) 반도체를 미국 스카이웍스(Skyworks) 등에서 수입한다. 중국 주요 기업이 5G 기술 선점을 위해 속도를 올리고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4G 시장에서의 이러한 현실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산업 전반의 육성을 위해 '자본'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인내심'이라는 지적도 있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하는데, 기술력 제고 난도가 매우 높다. 단기적으로 급성장하고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만큼 무분별한 자금 투입보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것이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 인사와 지방정부 관계자의 전반적인 의견이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1조 위안을 투자해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중국 정부 차원의 국부펀드인 반도체기금을 조성하고 중부지역 발전을 위한 '13차 5개년(2016~2020) 규획'에 반도체 산업을 비중있게 거론한 것 등이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 꼽힌다.
2007~2017년 10년간 중국 반도체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15.8%으로 세계 평균인 6.8%를 크게 웃돌았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수입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지난해 중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수입액은 2601억 달러로 전체 거래 물량의 65%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출은 669억 달러에 그쳤다. 2016년 기준 반도체 자급률은 13.5%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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