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 홈이 한국 상륙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AI 플랫폼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관심이 쏠린다. 부동의 1위가 없는 국내 AI 스피커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에 가장 먼저 출시된 AI 스피커는 SK텔레콤이 2016년 출시한 ‘누구(NUGU)’다. 이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AI 스피커 출시는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2017년 들어 KT가 IPTV(인터넷TV) 셋톱박스와 결합한 ‘기가지니’를 출시했고,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웨이브’와 ‘프렌즈’, ‘카카오미니’를 출시했다. SK텔레콤은 누구의 후속작 ‘누구 미니’를 출시했고, LG유플러스는 2017년 말 ‘프렌즈 플러스’를 출시했다.
올해는 KT가 기가지니의 후속모델을 출시했고, 네이버 또한 프렌즈 미니를 선보이는 등 기기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내 AI 스피커를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의 AI 스피커 시장에 구글이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KT의 디지털 광고 전문 자회사 나스미디어의 ‘2018 상반기 미디어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약 300만대 규모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에 달하는 규모다.
AI 스피커는 단순히 제품 판매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AI 플랫폼 생태계의 주도권이 달려 있다. AI 스피커는 날씨와 일정 안내뿐만 아니라 e커머스(전자상거래)와 음식 배달, 택시 호출 등 여러 사업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이미 AI 스피커 기반의 e커머스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이경일 흥국증권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 AI 플랫폼 쇼핑 시장은 2018년 1조원에서 2022년 61조7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사물인터넷(IoT), 금융, 광고 등 AI 스피커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 AI 생태계를 쥐고 있으면 이 같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SK텔레콤, KT 등이 프로모션을 통해 AI 스피커 판매량을 늘리고 AI 플랫폼 개발 툴을 공개해 파트너사를 늘리는 데 열을 올리는 이유다.
국내 IT업계는 구글 홈의 등장이 국내 AI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구글 홈이 한국에 뒤늦게 출시됐지만 구글이 가진 AI 기술력과 검색 기반의 데이터양, 다수의 글로벌 파트너사 등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보다 빠르게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AI 스피커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사업자가 없는 이유는 고객을 사로잡을 킬러 서비스가 없기 때문”이라며 “구글이 한국 시장을 겨냥해 어떤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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