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위주의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 '전당포식 영업행태'라는 지적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 모두 국민은행화된 지금 상황이 바람직한지, 그대로 두고 보는 게 감독당국의 역할인지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의 영업관행에 대해 작심하고 질타했지만, 은행권은 여전히 '손 쉬운' 가계대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NH농협은행은 올 상반기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기업대출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올 상반기 가계부문 대출액은 총 545조75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조6746억원(7.4%) 늘었다.
국민은행이 10조2494억원으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고 농협은행(8조8645억원), 신한은행(8조5168억원), 하나은행(6조1970억원), 우리은행(3조8469억원)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은 564조7813억원에서 597조2124억원으로 32조4311억원(5.7%) 증가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가계대출은 2017년 상반기와 비교해 8조8645억원 늘어난 반면, 기업대출은 오히려 1411억원 감소해 가계대출만 큰 폭으로 상승했다. 최종구 위원장의 작심 비판에도 일부 은행들은 가계부문 대출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기업대출에는 자영업자대출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소규모 자영업 특성상 당장 급한 생활비나 사업자금 등 생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중소기업대출의 상당 부분을 가계부채로 본다면 실제로는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간극이 더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잡고 생산적인 경기활성화를 위해 기업대출에 주력하라고 주문했지만, 결국 정부 외침이 '공염불'이 되고 있다"며 "일각에서 은행들의 경쟁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고 제3의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을 고려하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의 인식의 변화가 없다면 이마저도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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