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부동산 문제의 본질은 분양원가 억제가 아니었다. 이미 분양가격은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아 분양만 하면 몇 배의 가격이 형성되고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는 실정이었다. 참여정부 당시 분양원가 공개로 폭등하는 집값을 잡을 수는 없었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초청 간담회에서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해 이처럼 말했었다. 패널로 참석한 한 의원이 던진 참여정부의 부동산 폭등과 관련한 질문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로 논의가 번지자, 문 대통령은 "분양원가제도가 제대로 시행됐으면 당시 폭등하던 아파트값, 특히 강남 집값을 막았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었다.
요즘 핫한 ‘분양원가 공개’는 집값이 치솟을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소재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와 김근태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 격렬한 논쟁을 벌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다”는 말을 남기며 분양원가 공개 공약을 파기하자, 김근태 의장이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며 반발했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를 도입하면서, 정부는 원가 공개 방침으로 돌아섰지만 그 전까지는 한바탕 논쟁이 일었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널뛰는 집값은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 등 다양한 요인이 얽히고 설켜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로또 분양’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최초 분양자에게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는 실정에서 분양원가 공개가 집값 잡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솔직히 얘기해보자. 분양원가 공개는 반(反)투기정책은 아니다. 우스갯소리로, 건설사와 어울리는 단어를 생각해보라. 탈세, 횡령, 금품살포, 부패, 비리는 몰라도 ‘투기’는 왠지 어색하다. 건설시장의 부패를 척결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분양원가 공개로 폭등하는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
정부는 1년여 새 굵직한 부동산 대책만 7차례 발표했다. 이제는 여덟번째 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다. 참여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12차례나 발표했지만, 결국 정책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조만간 발표될 여덟번째 대책은 세밀한 정책적 판단 하에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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