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검역·감시망에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감염 전파·확산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뜻하지 않은 ‘2차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다만 환자가 격리되기까지 호흡기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위기감 속에서 낙관적 전망을 갖는 동아줄이 되고 있다.
11일 보건당국 발표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질본)는 현재 일상 접촉자 중 외국인 30여명에 대한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국인도 일상 접촉자 1명은 연락이 안 되고 있다.
정부는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을 능동감시 대상으로 삼는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현 메르스 대응지침에 따르면, 감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밀접 접촉자'는 자택 격리 후 담당자와 일대일로 매칭해 매일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인 ‘능동감시’, 감염 가능성이 비교적 낮은 ‘일상 접촉자’는 관할 보건소가 5회에 걸쳐 정기적으로 유선·문자로 연락하는 방식인 ‘수동감시’가 각각 적용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 메르스 사태 확산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상 접촉자에 대해서도 능동감시를 적용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현재까지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된 인원은 밀접 접촉자는 21명, 일상 접촉자는 408명 등 총 429명이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능동감시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러나 이 중 일상 접촉자 외국인 30여명에 대해서는 소재 파악이 안 돼 능동감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은 외교부, 법무부, 경찰청, 출입국사무소 등을 통해 연락처·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30여명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메르스는 감염이 됐더라도 잠복기 상태로 증상이 발현되지 않으면 ‘전파력’이 없다. 발열·기침·설사 등 관련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한 바이러스가 옮겨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현재 파악되지 않은 외국인 30여명은 일상 접촉자로 분류돼 있지만, 감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는 2차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으나, 만일 감시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이 2차 감염자인 상태에서 증상이 발현된 후에도 병원·약국 등 국내 의료체계를 거치지 않는다면 ‘제2의 메르스 사태’를 일으킬 폭탄이 될 수도 있다.
관련 증상을 보이던 환자를 통과시킨 검역체계도 불안 요인이다. 질본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부합한 ‘의심환자’ 분류에 따라 발열·호흡기증상·낙타 접촉 여부 등을 확인했으나 환자가 이에 해당하지 않아 입국을 허용했다.
때문에 그가 공항에 머무르면서 거친 수화물 인수장, 세관 심사대, 입국장 출구 부근 벤치 등과 삼성서울병원으로의 이동 과정에서 이용한 택시는 메르스 감염이 가능한 경로가 됐다. 특히 택시는 질본 조사 결과 환자가 내린 후 카드결제 내역이 24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결국 환자를 통과시킨 검역체계 한계는 메르스 차단을 위한 정부 감시망 구축에 취약점이 됐다. 현재 정부는 카드결제 24건에 대한 조사를 통해 외국인 결제 2건을 제외한 승객 동선과 무증상을 확인했다. 신분이 확인된 승객은 모두 일상 접촉자로 추가됐다. 외국인 결제 2건은 경찰청을 통해 확인 중이다.
다만 △11일 13시 기준 의심 증상을 보인 밀접·일상 접촉자 6명은 2차 검사까지 모두 ‘음성’(양호) 판정을 받았다는 점 △메르스 환자가 입국 후 병원으로 이동하기 전까지는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아 비교적 전파력이 낮았다는 점 등은 다소 낙관적인 부분이다.
메르스는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머물러 있지 않아 주로 기침 등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분비물이 직접 퍼지면서 발생한다. 이번 메르스 환자는 병원에서 격리·진료되기까지 설사를 주 증상으로 호소했다. 발열은 병원 도착 전후부터 나타났고, 병원 흉부방사선검사에서 폐렴 소견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이 이번 메르스 환자 바이러스 전파력에 대해 낮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한편, 지난 8일 확진 받은 메르스 환자는 현재까지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의심환자 수는 10명으로 늘어났으나 8명은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으며, 2명(일상 접촉자)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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