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속 이야기] 이탈리아 배관공 마리오는 어떻게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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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8-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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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5년 9월 13일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발매…이제는 일본 문화산업의 상징으로

[사진=닌텐도]


1985년 9월 13일. 슈퍼 마리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리오가 최초로 등장한 비디오 게임 '슈퍼 마리오 브러더스'는 발매 이후 순식간에 4000만장이 넘게 팔려나갔다. 불법 복제가 난무하던 시대상을 생각하면 엄청난 기록이다. 마리오가 구출한 것은 게임 속 공주가 아니라 게임을 제작한 닌텐도였다는 말이 터져나왔을 정도다. 

빨간색 T셔츠와 파란색 멜빵 바지 차림에 콧수염을 기른 이탈리아계 미국인 배관공. 우리에게 익숙한 마리오의 모습은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당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한계 속에서 역동적인 모습을 담아내려는 고민 속에서 탄생한 산물이었다. 낮은 해상도에서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모습이나 캐릭터의 이목구비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제작진은 마리오에게 모자를 씌우고 콧수염을 붙여 난제를 해결했다.  

마리오가 작업복을 입고 있는 이유 또한 비슷하다. 팔과 몸통의 색깔이 달라야 달릴 때 양팔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배관공이라는 설정은 기술적 한계에서 비롯된 셈이다. 장차 닌텐도를 대표하는 마스코트가 될 캐릭터에 붙여진 마리오라는 이름은 당시 닌텐도 미국법인 사무실의 임대료를 재촉하던 건물주 마리오 시갈리의 실명에서 따왔다. 

마리오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지금은 단순한 모바일 게임조차도 서사와 플롯을 갖추고 있지만, 당시 출시된 게임은 스토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게이머의 조작에 따라 단순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아 경쟁하는 게 전부였다.

'악당에게 납치된 공주를 구하러 간다'는 흔한 스토리지만, 게임에 줄거리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모든 것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입사 3년차 디렉터 미야모토 시게루였다. 경쟁업체 개발자들이 기술적 제약에 갇혀 혁신하지 못했던 시기에, 그는 사용자 관점에서 게임을 만들어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마리오 복장을 하고 파이프 모양의 조형물 위에서 등장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마리오는 이제 특정 비디오 게임의 주인공이 아니라 일본 문화산업의 상징이 됐다. 지난해 10월 발매된 최신작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는 두 달 만에 900만장이 팔리며 여전히 닌텐도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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