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나 매각에 실패한 KDB생명이 다시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원금 이하 가격에도 매각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 다만 현재 KDB생명의 실적이 좋지 못해 향후 턴어라운드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손실을 보더라도 매각하는 게 정답"이라며 "임기 내 바람직하게 매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감안하면 산업은행은 이 회장의 임기인 2020년 9월 이전에 다시 한 번 매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이 손실을 보더라도 매각하겠다고 천명한 덕에 매각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과거 협상에서 걸림돌이 됐던 원금 문제가 공식적으로 해결됐다는 의미다.
실제 과거 세 차례 매각에서 KDB생명의 매각가는 산업은행이 KDB생명 인수에 사용한 투자금보다 적다는 점에 영향을 받아 실패했다. KDB생명의 가치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투자금 회수에 초점을 맞추면서 원매자와 의견차가 심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2010년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총 6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했다. 인수 이후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합하면 총 투자금액은 1조2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최근 KDB생명의 적정 매각가가 9000억원 이하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발언으로 투자금 회수라는 족쇄가 어느 정도 풀리면서 산업은행이 향후 매각 협상에서 원매자와 눈높이를 좀 더 원활하게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생보사 매물이 상당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장 KDB생명을 인수하겠다고 나설 원매자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2016년 매각에 실패했던 시기, KDB생명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22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373억원의 두 배가 넘었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도 3.22%에서 2.81%로 0.41% 포인트 줄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을 받았던 건전성도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KDB생명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2016년과 올해 상반기 모두 192~194% 수준으로 여전히 생보사 중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2016년 102.32% 수준이었던 손해율은 92.38%로 9.94% 포인트 크게 개선된 것이 위안거리다.
생보사 관계자는 "대주주가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매각하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금 시장에 실적이 좋은 생보사 매물이 많아 KDB생명을 사겠다고 나서는 원매자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앞으로 경영개선을 통해 턴어라운드를 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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