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포럼(2018 GGGF)’ 개막 기조연설에 나선 박현준 카탈로그 테크놀로지 대표이사가 ‘혁신 원동력으로서의 바이오 테크놀로지’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우리는 생물학적·기술적 분야를 서로 합치는 것으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데이터 저장 대란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박현준 카탈로그 테크놀로지 대표이사는 12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4차 산업혁명 ABC 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0회 2018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 포럼(2018 GGGF)’에서 ‘혁신 원동력으로서의 바이오 테크놀로지’라는 내용의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는 기존의 생산요소를 능가하는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혁명’이라고 불리는 산업의 발전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자율주행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이 활성화되는 시점이 오면 이런 디지털 정보의 홍수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그는 “현재도 인간은 저장능력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생산하고 있다”며 “2020년이 되면 현재의 저장기술로선 만들어지는 자료의 12.5%밖에 저장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의 저장방식으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를 모두 저장할 수 없다. 박 대표는 “하드디스크에 이 정보들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빌딩을 짓고 유지를 위해 해마다 수십억 달러의 돈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DNA가 디지털 정보의 홍수를 해결해줄 궁극의 저장 매체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MIT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이 같은 확신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DNA를 이용한 데이터 저장이 실현되면 현재의 하드디스크의 수백만분의1 크기의 작은 곳에 같은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를 담은 인공 DNA는 유기물이지만 기존 디지털 저장 매체보다 안정성도 높다. 냉장 보관하면 수천년 동안 원형이 유지될 수 있다.
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박 대표는 “여러 정부 기관, 대형 IT 기업, 그리고 기존 방식의 데이터 저장 매체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이미 차세대 저장 매체로서의 가능성을 지닌 DNA를 연구 중”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서 200메가바이트의 정보를 작은 DNA에 저장하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가 설립한 ‘카탈로그 테크놀로지’는 세계 최초로 ‘DNA 기반 데이터 저장 서비스’의 상용화를 앞둔 스타트업이다. 합성 생물학 기법을 디지털 정보 저장에 활용해 1기가바이트(1GB) 용량의 고화질 영화 1000편 이상을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 저장 서비스를 발명했다. 상용 서비스 계획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표는 단순히 작은 부피에 많은 용량을 저장하는 것이 DNA 데이터 저장 연구의 본질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의 DNA 기반 데이터 저장 기술은 어떤 일을 시작할 때마다 새로운 하드 드라이브를 그때그때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며 “작은 매개체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정보를 변환하고 아카이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탈로그 테크놀로지의 기술을 ‘금속 활자판’에 비유했다. 기존의 DNA 기반 정보 저장매체가 종이에 펜으로 내용을 옮겨 적는 수준이었다면, 이 회사는 금속 활자판처럼 DNA 염기들이 수십개 연결된 조각들을 미리 만들어 뒀다가 조합하는 방식을 개발해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박 대표는 이 DNA 기반 정보 저장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만들어낼 융합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여러분이 항상 몸에 MRI 스캔이나 혈액검사, 알레르기 정보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며 “미래에는 개인 건강 정보를 저장하는 생체 저장 매체로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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