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이 카드사와 정반대 실적을 발표하자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금감원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 실적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당기순익은 81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6개 카드사(신한, KB국민, 삼성, 현대, 우리, 롯데)의 상반기 순이익이 일제히 증가했다. 특히 카드사별로 보면 우리카드 순이익이 56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93.2% 늘었다. 이어 삼성카드와 신한카드, KB국민카드도 순이익이 50% 넘게 증가했다.
이처럼 다른 결과가 나온 게 된 배경은 당국과 업계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실적을 집계해 카드사의 잠재 손실인 대손비용처리 비용에 대한 해석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시장 공시를 목적으로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를 기준으로 삼는다. 반면, 금감원은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기준으로 실적을 집계한다.
금감원 기준으로 볼 때 지난해 상반기 중 감독규정 개정으로 동일인이 2개 이상 카드론을 이용한 경우 대손충당금을 30% 추가 적립하게 되면서 일시적으로 카드사들의 대손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이에 금감원 발표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카드사들의 순익이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상대적으로 올해 순익이 증가한 것으로 보였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이미 올해 초부터 계속돼 왔다. 지난해부터 카드사 수익이 줄어들자,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을 걸고 넘어졌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예고 없이 가맹점수수료 추가 인하가 이뤄져 카드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올해 8개 전업계 카드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과도한 마케팅을 지양하고 결제 과정을 효율화하는 등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카드업계는 조달 금리 인상으로 원가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가맹점수수료율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로서는 서민금융 활성화 정책을 위해 추가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후 금감원은 카드사들의 고비용 마케팅 경영에 칼을 대 추가 인하 여력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마케팅 비용 전수조사에 나섰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서민금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실상 기업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며 "관치금융을 통해 멋대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것은 기존부터 계속됐던 적폐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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