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석유파동,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등. 과거 우리나라 경제를 한순간에 흔들어놨던 굵직한 사건들이다. 당시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 같던 우리나라는 위기를 버텨내며, 오늘날 세계 10위권대(2017년 GDP 기준 12위)의 경제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이 함께 나서 슬기롭게 대처하고, 기업들이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선제적인 투자 등으로 기회를 만들어온 덕분이다. 그러나 오늘날 또다시 우리나라 경제가 미·중 보호무역 확대, 저성장 구조 고착, 금리인상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이에 삼성·현대·SK·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400조원이 넘는 중장기 투자를 통해 우리나라의 재도약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특히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는 기조에 따라 일자리창출과 사회공헌 등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편집자주]
"선대회장의 경영 방향을 계승 발전시키는 동시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꾸준히 개선해 나가겠다."
구광모 (주)LG 회장이 지난 7월 그룹의 수장으로서 공식 첫 출근하며 사내 게시판을 통해 취임사를 대신해 남긴 말이다. 이를 통해 그는 선대 회장들의 경영철학 '계승 발전'과 그룹의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취임 후 3개월 가까운 기간 자신의 약속을 충실히 지키며, 그룹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선친 구본무 선대회장 이어 인재 중심 경영
공격적인 인재확보 노력이 대표적인 예다. 선친인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은 “미래의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수익 창출'이나 '선진 경영방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재들’”이라며 입버릇처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구 선대회장이 항상 강조하던 인재경영의 계승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실제 LG그룹은 해외에 인공지능(AI) 연구소를 잇달아 설치하고 현지 AI 인재 수혈에 나서고 있다. LG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지난달 초 캐나다에 '토론토 AI 연구소'를 열었다. 해외에 처음 설립한 AI 전담 연구소다. 이달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으며, 토론토대와 공동으로 다양한 산학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사외이사도 AI 등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합한 전문가를 선택했다. (주)LG는 최근 임시주주총회에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그는 2009년부터 8년간 네이버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모바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전환했고, AI·자율주행차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 회장이 AI와 함께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로봇 분야도 인력을 대폭 보강할 계획이다.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18' 행사장에서 간담회를 열고 "로봇 쪽은 올해 연말 사람이나 조직 부분이 많이 보강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신성장동력 사업을 키울 인재확보 차원에서 경력직 채용에도 힘쓰고 있다. LG전자는 이달 초 하반기 신입공채 접수를 시작한 것 외에도 각 사업부에서 경력직원을 채용 중이다. 생활가전, LCD(액정표시장치) 및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모듈 및 패널설계 등 기존사업뿐만 아니라 AI 제어지능, AI 기반 서비스 로봇 개발자, 딥러닝, SW플랫폼, SW 보안을 비롯한 미래사업에 대한 인재도 전방위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미래 인재육성도 소홀치 않아... ‘영 메이커’ 육성
미래 인재육성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LG연암문화재단의 주관으로 지난 15일과 16일 양일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진행된 ‘영 메이커 페스티벌’을 들 수 있다. 이 행사는 매년 1만여명 가까이 참가하는 행사로 청소년들이 만들기 체험, 워크숍, 전시, 공연 등을 통해 생활과학과 창의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올해에는 청소년들이 자율주행차, AI, 사물인터넷과 같은 첨단 기술을 직접 체험하며 배울 수 있도록 지원했다.
LG는 내년부터 행사 장소를 서울 강서 마곡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로 옮겨 영 메이커 페스티벌이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생활과학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예정이다.
더불어 서울교대와 메세나협회와 함께 매년 교육복지우선학교 한 곳을 선정해 진행하고 있는 ‘영 메이커 아카데미’도 더욱 확대한다.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창의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접하기 힘든 예술과 과학을 결합한 융합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서울 마곡에 있는 경서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자유학기제 기간에 △미래 도시 농업과 아쿠아포닉스 제작 △자율주행 RC(모선조종)카 제작 △페이퍼 아트와 3D(3차원)펜을 활용한 도시 설계 등 메이커 전문 교육을 수료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선대에 이어 인재경영을 통해 그룹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고 한다”며 “최근 그가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지로 자사 ‘융복합 R&D(연구개발) 메카’인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택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LG는 올해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 1만명의 신규 채용에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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