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허브인 런던이 흔들리고 있다. 유럽 최대 은행 중 하나인 도이치뱅크는 런던 내 자산 75%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도이치뱅크가 이전할 자산 규모는 6000억파운드에 달한다. FT는 "이는 영국에 있는 EU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절반에 달하는 것이다"라면서 "런던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도이치뱅크가 자산을 이전하는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브렉시트 후 제3국 지점에 대한 규정을 준수를 이유로 들면서 독일 내 자본과 유동성을 늘릴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FT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ECB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도이치뱅크와 같은 회사들이 너무 많은 자산을 영국에 남겨둘 경우 영국과 유럽당국 모두의 규제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같은 자산 이동이 브렉시크 이후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를 문제로 ECB가 다른 금융기관들을 압박할 경우 런던으로부터의 자금 엑소더스는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EU와의 협상기한이 내년 3월로 다가왔지만,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 내 혼란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권 보수당 내에서는 EU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모두 탈퇴가 포함된 '하드 브렉시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은 '노딜 (No Deal)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른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표적인 브렉시트 반대론자인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지난 15일 가디언지의 일요판 옵서버를 통해 "국민은 브렉시트에 대한 통제권을 찾기 위해 또 다른 투표를 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칸 시장은 영국민들이 EU를 떠나기로 결정했고, 이에 협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협상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 실마리를 찾기는 커녕 교착상태에 빠져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런던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 "메이 총리는 EU와의 협상뿐만 아니라, 여당과의 브렉시트 협상하는 것도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오는 20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유럽정상회의가 열리며, 이 자리에서 브렉시트 협상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