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 안보리서 대북제재 두고 충돌

美 "대북제재 위반 안돼..제재 완화할 시기 아냐" vs 러 "제재만으로 핵문제 해결 불가능"

[사진=AP연합]

대북제재 결의 위반을 논의하기 위해 17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충돌했다.

이날 안보리는 9월 순회 의장국인 미국의 요구로 긴급 소집됐다. 18일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을 몇 시간 앞둔 시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가 북한으로 하여금 불법적으로 정유제품을 획득하도록 함으로써 국제적인 대북 제재를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어 러시아가 제재 위반의 은폐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대북제재위 소속 전문가 패널이 작성한 보고서과 관련, 러시아의 제재위반 내용이 러시아의 요구로 삭제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당초 보고서는 이달 초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은 수정 보고서의 채택을 막고 있다.

헤일리 대사는 북·미 간 "어렵고 민감한 회담"이 진행되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작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때"라고 말했다. 

이에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회의는 북한이 아니라 러시아를 겨냥해 열린 것"이냐며 강력 반발했다. 그러면서 “제재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만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마차오쉬(馬朝旭) 중국 대사는 중국은 대북제재를 이행하고 있다면서도 "힘에 의존하는 것은 재앙적인 결과 외에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러시아를 거들었다. 

미국과 러시아가 설전을 이어간 가운데 안보리 상임·비상임 이사국들은 대북제재의 엄격한 이행을 지렛대로 18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도출되기를 기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마차오쉬 대사는 "중국은 북미 직접 대화를 지지하고, 남북도 지속적인 대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평양에서 열리는 회담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카렌 피어스 영국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평양) 방문을 환영하고, 북한의 단호한 비핵화 조치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태열 유엔주재 대사도 당사국 대사 자격으로 참석해 "함께 굴러가는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제재 이행과 외교는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보다 의미있는 조치를 통해 비핵화 의지를 증명해야 하고 체제 보장과 밝은 미래로 이어지는 '기회의 창'을 잡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