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기 안양 LS타워에서 열린 '연구개발 성과공유회(T-Fair 2018)'.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발길이 한참이나 멈춘 곳이 있었다. 바로 LS전선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스마트 위치추적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앞이었다.
이는 공장에 입고되는 제품과 자재에 통신센서를 부착해 스마트폰으로 위치와 재고 수량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장치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수백에서 수천가지에 달하는 제품 출하 시간을 줄이고, 이동 경로 파악도 가능해 도난 관리에 용이하다.
이 사업은 2016년 LS전선의 사내벤처 1기 사업으로 선정돼 3년간 실증 테스트 등을 마치고 본격 상용화됐다. 구 회장은 임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이 제품에 큰 관심을 보이며 기자와 만나 "사내 벤처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많이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LS전선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다음달 1일까지 전선산업 활성화를 위한 신규 수익사업 등을 주제로 또 다른 사내 벤처 도전자를 모집한다. LS 계열사 임직원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아이디어와 심의 등을 통과할 경우 3년간 최대 12억원을 지원한다.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사내벤처 '활발'
LS그룹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은 최근 사내벤처 추진을 본격화하고 실제 사업과 연계하는 등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찍이 2012년 말부터 도전적인 조직문화 형성을 목표로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선발해 사업화할 수 있는 'C랩(Lab)'을 도입했다. 지금까지 195개의 아이디어를 발굴·육성했으며, 실제 34개의 스타트업이 창업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최근에는 사내뿐 아니라 외부에도 C랩 프로그램을 개방한 'C랩 아웃사이드' 제도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5년간 사내 200개, 사외 300개를 합해 총 500개 과제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하이게러지(HiGarage)'를 새롭게 도입했다. 하이게러지는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차고(garage)'에서 창업한 것에서 착안해 이름 지어졌다. 모집 분야는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등이다. 최대 2억원의 자금이 지원되며, 외부 벤처 전문가의 컨설팅도 수시로 진행한다.
육성된 벤처기업은 '창업'과 SK하이닉스 '사내 사업화'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신사업 모델 발굴과 사회 문제 해결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LG유플러스가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등의 분야에서 사내벤처 1기를 모집해 운영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롯데, 네이버 등도 사내벤처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 4차산업혁명 대비···인재육성도 가능
기업들이 이처럼 사내벤처 육성에 적극 나서는 것은 4차산업혁명을 대비한 신사업 발굴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내벤처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으며, 동시에 사내 인재를 발굴하는 효과도 낸다. 또 대규모 자금이 드는 M&A(인수합병) 등에 비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정부 역시 국내 기업들의 사내벤처 육성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대기업, 중소·벤처기업 내부의 사내벤처팀을 발굴·육성하는 '사내벤처 창업·분사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사내벤처팀을 발굴·육성하면 정부가 이들 사내벤처팀의 사업화와 분사창업을 지원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임직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사업과 연계 가능성이 높다"며 "또 사내벤처는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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