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완화가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조성렬 국가안보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 유엔 안보리 제재 등 개별적인 독자제재를 완화하고, 유예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이렇게 되면 제재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뿐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재완화를 결정하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북한에서 어떠한 조치가 이뤄졌을 때 제재완화나 유예가 가능하다는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을 둘러싼 제재 생태계를 협력 생태계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때"라며 "북한이 비핵화로 한발 더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재 유엔제재를 바로 풀기는 어렵다. 주변국들이 양자간 관계에서 제재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풀 수 있는 양자제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국이 양자제재 문제에 있고, 특히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풀 수 있는 양자체제가 있다"며 "그간 많은 시각은 북중 협력관계가 북한의 비핵화를 소극적으로 한다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북중관계 진전은 비핵화의 선행 요인으로, 이를 위한 한국 정부의 중재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에게 갖는 불만도 짚었다. 이정철 교수는 "북한은 4자 종전선언을 원하고, 미국은 북의 선(先)신고를 요구하고 있다"며 "북의 입장을 살펴보면 북은 선 신고라는 프로세스를 패전국인 리비아모델로 생각해 거부감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북은 자신들이 불가역적인 것을 양보했지만, 미국이 가역적인 군사훈련을 일시 중지한 것밖에 없다는 불만을 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은 "비핵화 조치와 관련, 북한과 미국은 가역성 여부를 놓고 서로 불만을 얘기하고 있다"며 "비핵화조치에 들어가기 전에 (양국이) 신뢰를 구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기업인 방북도 차후 경제협력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부소장은 "북한은 김정은 체제 이후 핵을 내려놓더라도, 경제적으로 발전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세웠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9절 때도 경제 건설을 강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과거에 진행됐던 단발성 경제협력과 달리, 지속적인 경제협력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북한이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을 활용한 첨단 중심 산업들 중심으로, 과거와 달리 더 빠르게 많은 성과 내는 경제협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핵화'가 주요 의제인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서 경제계 기업 총수들이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함께 방북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조 부소장은 "이번에 기업 총수들이 간다고, 바로 경제협력과 관련한 합의서를 이끌어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에 비핵화가 진전되고 추후 대북 제재가 완화된다면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할 토대를 만들기 위해 기업인이 많이 간 것이라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정철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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