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A씨는 ATM기를 통해 채무 관계가 있는 B씨에게 90만원을 보내려다 착오로 전 직장 동료 C씨에게 송금했다. A씨는 C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A씨는 은행을 방문해 환수 조치를 요구했지만 "예금주 동의 없이 임의로 착오송금된 금액을 출금해 반환해 줄 수 없으며, 송금인이 직접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C씨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9월 가정주부 D씨는 독일 견학을 위해 외화를 구입하기 위해 본인 명의의 타 은행 계좌로 100만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계좌 번호를 잘못 입력해 엉뚱한 이에게 송금했다. 수취인은 국내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했던 미국인 E씨로 3년 이상 은행 거래가 없는 상태였다.
D씨는 E씨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신청을 접수했으나, E씨는 이미 출국한 데다 주소 또한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송금액보다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D씨는 결국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연간 5만2000여건, 1115억원 규모로 발생하는 미반환 착오송금(지난해 은행권 기준)을 구제할 수 있는 길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우선 채권을 매입해 송금인의 피해를 구제한 뒤, 수취인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방안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착오송금 현장 간담회'에서 "온라인·모바일 뱅킹 확산 등 영향으로 매년 착오송금이 증가하고 있으나, 송금인에게 반환되지 않는 경우가 절반에 이르고 있다"며 "착오송금으로 인한 피해를 적극적으로 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그동안 착오송금 문제는 개인의 실수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착오송금으로 인해 국민들이 겪게 되는 재산상 피해를 생각한다면 단순히 개인의 실수로 간주할 수만은 없다"며 "정부는 착오송금으로 인한 피해를 보다 적극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관계기관과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예금보험공사는 반환되지 않은 착오송금 관련 채권을 일정금액에 매입해 송금인의 피해를 신속히 구제한다는 계획이다. 송금일로부터 1년 이내의 상대적 소액(5만~1000만원)을 대상으로 구제사업을 시작하되, 추후 정책의 성과에 따라 대상을 확대한다.
예보는 채권을 매입한 이후 수취인을 상대로 소송 등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고, 회수한 자금은 다시 착오송금 채권의 매입자금으로 활용하는 등 구제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
착오송금 구제사업을 통해 연간 약 5만2000건의 미반환 착오송금 중 82%에 해당하는 4만3000건을 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위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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