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연일 인프라 투자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8월 중국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23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최근 투자가 저조하면서다. 인프라 투자 정책 기대감은 중국 증시 상승의 견인차 역할도 하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는 과거처럼 마구잡이식으로 투자를 늘리는 게 아닌, 인프라·농업·민생 등 투자 취약 부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부채 리스크도 적절히 통제할 것이란 계획이다.
◆ 리커창 "투자 의존한 성장 지양···합리적 인프라 투자 강조"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9일 톈진 하계 다보스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올 들어 중국 인프라 투자가 하향세를 보이는 등 투자가 수 년째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며 인프라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리 총리는 "과거처럼 투자에 의존해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개발도상국으로서 중국은 인프라 투자 등 방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은 만큼 합리적 투자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 투자를 늘리는 게 아닌 투자 하방 압력을 줄이고 투자를 안정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날 중국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도 기자회견을 열고 인프라 투자 방면의 취약한 부분을 강화해 유효투자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발개위는 투자가 취약한 부분으로 인프라·농업·민생·환경보호 등 방면의 투자를 꼽았다.
동시에 발개위는 투자에 따른 리스크 예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마창(馬强) 발개위 인프라사(司, 국) 부사장(국장급)은 각 도시의 궤도교통(지하철, 경전철) 건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리스크를 예방하고 도시별 재정상황과 경제발전 속도에 맞춰 추진해야 함을 지적했다.
발개위 투자사 관계자도 궤도교통 건설 등 인프라 투자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올 한해 지방정부 채권 발행에 속도를 내고 민간투자의 참여를 적극 장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를 통제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 여기저기서 지하철, 경전철 건설계획 발표
중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장려에 최근 들어 각 지방정부에서도 연달아 궤도교통 건설 사업 계획을 공개하고 있다고 21세기경제보는 2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저장(浙江)성 후저우(湖州), 허난(河南)성 싱양(滎陽), 쓰촨(四川)성 메이산(眉山) 등에서 잇달아 궤도교통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후저우시는 2035년까지 모두 1~4호선 궤도교통 건설을 계획 중이다. 구간길이는 총 145km에 달할 전망이다. 싱양시도 2035년까지 6, 8, 10, 21호선 3개 궤도교통 노선 건설 계획을, 메이산시는 2035년까지 쓰촨성 청두와 연결하는 2개 궤도교통 노선 R1, R2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베이징, 상하이, 우한, 칭다오, 시안, 청두 등 대도시에서는 지하철 확장 건설 계획을 준비 중이다. 상하이는 2035년까지 1000km 구간 이상 지하철 3개 노선을 건설할 계획이며, 베이징도 지하철 구간길이를 추가로 500km 늘리고, 광저우는 현재의 5배 달하는 2000km 이상 길이의 지하철 건설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지하철 건설은 막대한 재정 투입을 필요로 하는만큼, 중국 정부는 기준에 부합하는 지방정부의 궤도교통 건설 계획만 선별적으로 승인해 부채 리스크를 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후저우시의 경우, 지난해 기준 지역 GDP가 2476억 위안, 재정수입이 237억 위안, 인구 166만6000명으로 정부가 요구하는 지하철 건설 기준에는 부합하지 못한다. 중국 정부는 현재 GDP 3000억 위안 이상, 재정수입 300억 위안 이상, 인구 300만명 이상의 도시에만 지하철 건설을 승인하고 있다.
◆ 인프라株가 끌어올린 중국증시
인프라 투자 정책 기대감은 부진했던 중국 증시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18일 발개위가 인프라 투자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는 소식에 이날 시멘트(4.04%), 건설자재(3.33%), 철강(3.26%) 등 인프라 건설 관련주가 오르며 전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중국철건, 중국교건 등 인프라 관련 종목 주가는 10% 상승하며 상한가를 쳤다.
중국 인프라 업종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중국 인프라공정지수는 18~19일 이틀새 5.45%가 뛰었다. 지난해 4월 꼭지점을 찍은 이후 하향세를 이어가며 현재까지 낙폭이 40%가 넘었으나, 최근 인프라 투자 기대감에 반등한 것이다.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 질 것이라는 전망은 굴착기 등 건설기계 업종에도 호재가 되고 있다. 중국공정기계협회에 따르면 9월 중국 굴착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0%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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