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일 치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양자대결 상대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에게 압승을 거두며 3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아베 총리의 임기는 오는 2021년 9월까지 3년 연장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게 일반적이다. 아베가 총리 임기를 3년 늘리면 1차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 2·3·4차 내각(2012년 12월~)에 이어 집권기간이 10년에 이르는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다. 내년 11월이면 가쓰라 다로 전 총리의 기록을 깰 수 있다.
◆내달 개각…'망언 제조기' 아소 부총리 유임 유력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3연임을 확정지은 아베 총리는 내달 1일이나 2일 자민당 지도부 인선과 개각을 단행할 태세다. 그가 이날 "전심전력을 다해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며 기존 정책 기조를 재확인한 만큼 자민당 지도부나 내각 인사 폭은 제한될 전망이다.
일단 경제 분야 수장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장관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등은 유임될 공산이 커 보인다.
아소 부총리는 "북한 난민이 몰려오면 사살 방침을 고려하겠다",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향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행기 추락한다면" 등 '막말'을 일삼아 '망언 제조기'로 불린다.
◆'아베노믹스' 경기부양 지속 전망…BOJ는 고민
사학 비리 스캔들로 곤욕을 치렀던 아베 총리가 이번 선거에서 압승한 배경엔 경기부양 성과가 있다. 특히 고용지표와 기업 실적의 급격한 개선, 증시 호황 등이 아베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지지를 뒷받침했다.
일본의 지난 7월 실업률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2.5%에 그쳤다. 1인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1974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1.63배를 기록했다. 아울러 일본은 지난 1분기 -0.9%였던 성장률(전분기 대비, 연율 환산)을 2분기에 3%로 끌어올렸다.
아베 총리는 2차 내각 출범 때 공약한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경기부양 기조를 계속 밀어붙일 태세다. 재정지출을 늘리고, 통화완화 공세를 지속하는 동시에 사회개혁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다만 공격적인 통화부양책으로 아베노믹스를 떠받쳐온 일본은행(BOJ) 내부에서는 과도한 통화부양의 부작용을 경계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BOJ가 이미 통화정책 기조를 남몰래 긴축 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전쟁가능국가' 개헌, 미·일 무역갈등…외교 가시밭
아베 총리는 3연임의 기세를 몰아 헌법개정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는 전쟁과 무력 사용을 포기하고 전력(군대)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헌법 9조 1·2항, 이른바 '평화헌법'을 유지하면서 자위대의 근거를 명기하는 개정을 추진해왔다.
올해 자민당 시무식에서는 "시대에 대응한 국가의 모습을 논의해 나가는 게 역사적 사명"이라며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헌법 개정안을 올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시바 전 간사장도 이번 선거에서 전력 불보유를 규정한 9조 2항은 아예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어도 자민당 내부에서는 평화헌법 개정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의 개헌 공세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갈등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 다음으로 일본을 무역전쟁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를 문제삼은 가운데 아베 총리가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게 심상치 않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무상교육·정년연장·연금개편 등 사회개혁도 추진
아베 총리는 4차 내각 핵심 정책으로 고령화, 저출산 역풍에 맞서 생산가능인구를 늘리고 연금체제를 개혁하는 데도 방점을 찍고 있다. 정년을 늘리고 외국인 노동자를 더 받아들이는 한편,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면 지급액을 높여주는 방안 등이 이미 논의되고 있다.
내년 10월 예정된 소비세 인상(8%→10%)에 따른 세수 증가분 일부를 무상 교육 등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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