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새로운 도시만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늙고 병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도 합니다.”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추석연휴 직전인 지난 20일 경남 통영시 옛 '신아sb 조선소' 부지에서 열린 ‘통영 폐조선소 재생·복합단지 조성사업’ 공모전 시상식에서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의 선도지역인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015년 문을 닫은 신아sb조선소는 한때 직원을 5000명까지 뒀던 수주잔량 기준 전 세계 16위 기업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는 중국이 바짝 추격하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금은 200톤 크기의 골리앗 크레인 하나만 4만4000평(약 14만5400㎡) 크기의 넓은 부지를 지키고 있다.
시상식이 진행된 본관에는 바다를 전망할 수 있는 텅 빈 회장실이 남아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된 이후 건물을 관리했지만, 아직도 각 층에 위치한 화장실 구석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어 폐건물의 음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 사업은 지난해 국토부가 선정한 도시재생 뉴딜사업 가운데 유일한 경제기반형 사업으로 총 사업비 1조1000억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LH는 이번 사업의 마스터플랜 국제 공모 당선작으로 ‘포스코 A&C 컨소시엄’의 ‘통영 캠프 마레(CAMP MARE)'를 뽑았다. ’마레‘는 스페인어로 바다를 뜻한다.
이날 열린 시상식에서는 폐조선소 부지를 주거와 문화가 어우러진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설계 공모 당선자의 발표도 진행됐다. 이순신공원부터 벽화마을, 충렬사, 통영대교, 폐조선소 부지까지 이어지는 관광자원을 ‘통영 문화 관광벨트’로 묶겠다는 계획이다. 박 사장은 “도시는 생명체가 태어나고 성숙하고 소멸하듯이 성장하고 쇠퇴한다”며 “그동안 LH는 분당과 일산 등 신도시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지금은 도시재생 사업의 절반을 공사가 맡아서 하고 있다. 앞으로 늙고 힘든 도시를 살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선 폐조선소는 △상업 및 리조트 공간 △복합문화예술 공간 △해양공원 및 창업지원 공간 △창의혁신 공간 △수변 주거 공간 등 크게 5개 영역으로 구분된다. 포스코A&C에 따르면 문화 관련 시설 외에도 단독주택 형태의 타운하우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신아sb조선소는 12개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뤄진 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박경리, 윤이상, 김춘수 등 문화예술인의 역사를 간직한 만큼 이를 주제로 하는 평생 교육프로그램을 선보이게 된다.
현재 남아있는 골리앗 크레인은 폐조선소의 랜드마크로 활용된다. LH는 크레인을 재생사업의 상징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다시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크레인에는 구조물을 활용한 다목적 야외 이벤트 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크레인 외에도 비스듬한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있는 슬라이딩 도크는 이 구조를 활용해 옥상 광장으로 탈바꿈한다. 이 밖에도 옥외 도장장은 창업제작품을 유통하는 마켓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한편 LH는 현재 당선작을 바탕으로 통영시 주민 공청회와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아이디어 공모를 거쳐 이를 사업 계획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는 개발계획 수립 등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며, 오는 2020년 이후 부지 조성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