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좋았다. 한국이 어느 정도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판단에서 나온 정책들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소득격차를 줄이고 복지를 늘리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사회 곳곳에서 잡음이 나왔다. 특히 인건비 부담이 큰 소상공인과 유통‧서비스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갈등은 연쇄적으로 퍼지고 있다. 초기 가맹사업자와 소상공인의 문제로 치부된 최저임금 상승은 이제 세대별, 업종별 갈등으로도 번졌다.
정부는 초기 지원금 확대와 회유책으로 부작용 진화에 나서봤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고육책밖에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꾸준히 간담회, 공청회, 토론회 등 공론의 장을 늘리고 있지만 뻔한 소리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정책 탓만은 아니다. 한국사회의 특수한 경제성장 과정과 압축성장의 뒤늦은 부작용도 무관하지 않다. IMF 금융위기 이후 각자도생의 정글에 갑자기 내몰린 중장년층이 현재의 높은 자영업자 비율의 뿌리가 됐다. OECD 자료만 봐도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어느 선진국보다도 높다. 또 효율성만 강조하던 학벌중심의 사회구조가 대졸자들의 높은 실업률을 양산했다.
정부가 최근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추진한 정책들은 악화되는 국내의 경제 상황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취지가 좋더라도 결과가 그렇다.
최근 추석과 남북정상회담 등 국내외 굵직한 이슈로 국내경제에 대한 담론은 잠시 소강상태다. 하지만 명쾌한 해답지가 없는 상황에서 주요 경제정책을 둘러싼 문제는 또다시 불거질 게 뻔하다. 임금 인상과 복지의 확대는 우리가 가야할 길이 맞다. 다만 여론의 수렴과 경청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에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혁명이 필요했다. 사회에서 알려진 정보의 양이 제한적이고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지금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과거 혁명의 답습은 문제가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실체적 진실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구성원의 동의가 뒤따르는 개혁이 더 적합하다.
개혁의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찬성할 순 없다. 극심한 반대를 감수하고 추진했던 정책이 훗날 좋은 결과를 불러와 재평가를 받은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것은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에 적용되는 일이다. 현재의 발달된 정보수집 시스템에는 거의 빈틈이 없다. 혁명이 아닌 개혁을 위해 겸손한 속도조절이 필요한 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