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5일간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사이의 '중재자'를 넘어선 '수석협상가'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26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북한과 미국을 연이어 방문한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받아 내는 등 최선의 결과를 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방미에서 문 대통령은 크게 두 가지 목표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북·미대화 재개고, 다른 하나는 비핵화 전반에 대한 미국 조야(朝野)의 이해도 제고다.
◆얼어붙은 북·미대화, 정상궤도로···사실상 목적 달성
사실상 이번 문 대통령 방미의 가장 큰 목적은 북·미 대화를 연결하는 것이어서, 당초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20일간 방북 후 대국민 보고를 통해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이 충분히 조성됐다"고 밝혔다.
방북 후 귀환한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갖고, 유엔총회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방북 결과 등을 공유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했으며, "북한과 시간 싸움(time game)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비핵화에 얼마나 오래 걸리느냐'는 질문에 대해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혹은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답했다.
또 미측은 비핵화 문제 실무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10월 평양 방문을 공식 확인하며, 북한과 제대로 된 비핵화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날 헤더 나워트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폼페이오 장관 방북과 관련,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정상간에 이뤄진 약속 이행과 관련, 추가 진전도 만들어낼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가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역할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한 '가교' 역할인 만큼, 두 정상이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도록 하는 것만 해도 "할 일은 다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종전선언 등 美조야 우려 해소·北 입장 이해도 제고
이번 방미 기간 도중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비롯, 비핵화 전반에 대해 미국 여론이 갖고 있던 부정적 인식과 우려를 해소하는 데에도 집중했다.
문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며 미국 조야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설령 제재를 완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면서 미국이 손해 보는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내건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해서도 "상응 조치라는 것이 반드시 제재를 완화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은 종전선언을 할 수도 있고, 또는 어떤 인도적인 지원을 생각해 볼 수도 있으며, 예술단 교류와 같은 비정치적인 교류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북한의 입장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전달함과 동시에, 비핵화 문제 '운전자'로서 자신의 구상을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미국뿐 아니라 각국 정상을 향해서도 "전쟁 종식이 매우 절실하다"며 종전선언 필요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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