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선언 이후 남북화해 무드가 깊어지면서 해양수산분야 규제완화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군사적 합의만 해결되면 수산분야에서 가시적인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평양공동선언 이후 해양수산 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특히 서해안 공동어로특별구역은 어민들 요구사항이 관철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 장관은 “지금까지 남북 합의서에 나온 내용은 백령도와 장산곳 사이 해역에 시범구역을 설정한다고 나와 있다. 구체적인 좌표는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남북의 입장이 상이해서 구체적인 지역 설정을 못하고 있는데 어민들이 요구하는 안을 군사회담에 앞서 국방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민들은) 연평도도 공동어로구역 지정을 원하고 있다. 경계선을 둘러싸고 합의가 어렵기 때문에 시범을 백령도로 하게됐다. 시작이 절반이다. 공동어로구역 시범 사업이 시작되면 이후 공동어로구역 설정은 보다 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양수산 분야의 경우 유엔대북제재 해제라는 조건이 걸려있다. 대부분 남북경협이 이에 해당되지만, 해양수산 분야는 군사분계선이 걸림돌이다. 김 장관도 이 부분이 해결돼야 해양수산 분야에서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가장 선행 조건은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통해 애쓰고 있는 북미 비핵화 문제, 결과물로 나올 대북제재다. 전제 조건 해제를 위해 정부와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그 이전이라도 남북 공동 조사 연구 사업 정도는 기초적인 작업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올해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낼 계획도 구상 중이다. 오는 11월 말까지 한강 하구 공동조사 진행은 대북제재와 관련 없기 때문에 바로 시행 가능한 분야다. 공동선언문에도 담긴 만큼 늦출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김 장관은 “북미관계가 어떻게 진행이 될지 모르지만 빨리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예상하고 기대하는 것보다 빨리 교류협력 사업이 시작될 수도 있다”며 “한강 하구 공동조사는 기수지역(바닷물과 민물이 교류하는 곳)이다. 강을 관리하는 국토부, 환경부 등과 협업하면서 공동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남북이 각각 10여명 전문가로 구성된다. 이런 것들은 당장 착수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수산협력과 관련한 공동조사, 서해 등 자원조사도 선행 과제로 꼽았다. 만포항, 해주항 개발 등 북한 항만 개발 역시 타당성, 수심 개발 조사 등 우선 할 수 있는 사업들도 부처와 협의해 진행하겠다는 복안이다.
남북경협이 퍼주기라는 일부 비판에 대해서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라는 견해를 밝혔다. 장기적으로 경제 개발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김 장관은 “현재 한국경제는 구조적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남북경협은 우리 경제의 또 다른 도약을 만들어낼 기회라고 본다”며 “해양수산 분야를 비롯해 새로운 남북경제 시대 도래를 준비했으면 한다. 퍼주기 비판에서는 우리가 주는 것만 아니라 퍼올 수도 있다.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해양수산부 내부에 국장급 ‘남북협력담당관’을 신설하겠다는 중장기 비전도 제시했다. 조직적으로 해양수산 교류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남북협력담당관을 국장급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라며 “남북경협이 실행단계가 되면 전담반도 확대하고 공식적 직제를 만드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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