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기남이 ‘보이스2’로 또 하나의 드라마를 무사히 완주했다. 이번엔 더욱 견고해진 캐릭터와 비중있는 역할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그래서일까. ‘보이스2’ 종영 이후 만난 김기남은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종영 소감을 대신했다.
“엄청 아쉽고, 너무 아쉽고, 그 아쉬움을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이렇게 아쉬운 작품이 앞으로 또 있을까 할 정도죠. 작품이 끝난 뒤 감독님께서도 제일 아쉬웠던 점이 작품에만 집중하다보니 ‘보이스2’ 출연진들과 제작진들과의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앞으로 서로 안부도 자주 묻자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만큼 제게나 모두에게는 아쉬운 마음이 큰 작품이 된 것 같아요.”
김기남은 ‘보이스2’에서 풍산 경찰청 강력계 형사 양춘병 역을 맡아 개성있는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초 ‘도깨비’ ‘미씽나인’부터 ‘조작’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올해 ‘보이스2’까지 쉬지않고 작품을 이어온 그에게 ‘보이스2’가 새로운 감회로 다가오는 건 최근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비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맡은 양춘병은 강력계 형사로 기러기 아빠의 설정이었다. 캐릭터를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의상까지 꼼꼼히 챙기는 열정도 담았다.
“이렇게 비중있는 역할은 거의 처음이에요. 그래서 사전에 준비를 엄청 했어요. 방송은 8월부터였지만 거의 6개월 전부터 준비와 촬영을 했어요. 양춘병이라는 캐릭터를 위해 엄청나게 준비했죠. 아마 이렇게 준비하듯이 공부를 했었다면 제가 엘리트 코스도 밟고 판검사나 의사가 됐을 정도라니까요. 하하하. 그만큼 욕심이 났던 캐릭터였어요. 비중 있는 역할이기도 했지만 감독님이 제 연기를 좋게 봐주셔서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습니다. 기러기 아빠라는 설정이라 옷을 한 번말 입고 토속적인 외모를 생각했죠. 캐릭터 연구만 한 3개월은 한 것 같아요. 캐릭터 연구는 친한 배우인 오정세 형이 많이 도와줬어요. 형이 ‘등산보을 입으면 어떻겠니’라고 했죠. 저는 극중 시골 형사에 기러기 아빠니까 우리 아버지도 안 입으실법한 컬러와 핏의 등산복을 준비해달라고 의상팀에 부탁했죠.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감독님과 작가님도 좋아하셨습니다. 배우로서 멋져보이고 싶지만 저는 반대였죠.(웃음)”
다양한 작품 속 감독들이 김기남을 찾는 데에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와 역할 하나에 허투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기남과 함께 노력한 배우들 덕분일까. ‘보이스2’는 7%가 넘는 OC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든 수치다.
“현장 분위기 정말 좋았어요. 사실 시청률을 떠나 현장 팀웍이 너무 좋았죠. 방송 두 달 전부터 촬영했는데 첫방송 시청률이 OCN 역대 최고였잖아요. 배우들끼리 사이도 좋고 호흡도 잘 맞았고 감독님 역시 현장 분위기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되게 좋았던 현장이었죠. 또 작가님도 엄청 더운 촬영장에 커피차나 팥빙수 차, 스낵차 등을 직접 보내주시면서 사기를 북돋워 주셨어요. 보통의 작가님들은 현장에 한 번 정도는 커피차를 보내주시는데 계속 보내주시지 않거든요. 그런데 마진원 작가님은 현장에 오시면서 응원해주시는 등 모두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셨던 것 같아요.”
지난해 방송됐던 ‘보이스’ 시즌1 역시 높은 시청률로 매니아 층 시청자들을 끌어들인 바 있다. 시즌1에 출연했던 장혁이 출연하지 않으면서 ‘보이스2’가 방송되기 전 흥행을 향해 많은 이들은 걱정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김기남 역시 그런 걱정따윈 하지 않았다.
“제 캐릭터에 빠져있다보니 개인적으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대본을 읽고 ‘이건 무조건 잘 될거다’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진욱이 형도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배우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았고 이하나는 저와 동갑이라 처음부터 믿고 연기를 시작했어요. 이승영 감독님 전작인 ‘느와르M’을 촬영 전에 찾아봤는데 너무 좋은 작품이라 믿었죠.(웃음)”
‘보이스2’에서 김기남이 맡은 역할은 자칫 무겁기만 할 수 있는 작품에서 숨을 쉬어 갈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 역시 “감독님께서 양춘병 역할을 ‘보이스2’에서 조금은 숨을 쉴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주길 원하셨어요. 그런 캐릭터라 연구를 더 했고요. 또 그럴 수 있게 현장에서 많이 도움을 주시기도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비록 주연은 아니지만 자신이 맡은 캐릭터로 드라마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도록 배려한 이승영 감독 덕분에 김기남은 양춘병 형사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보이스2’는 충격적인 결말로 모든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더불어 ‘보이스3’에 대한 기대감 역시 자극한 셈이다. 김기남 역시 결말에 대해서는 “처음 촬영에 들어갈 때 4~5부 정도까지만 대본을 받고 나머지는 촬영하면서 대본을 받았어요. 마지막회는 전 주에 대본을 받았는데 제가 ‘역시 마진원이다’라고 생각할 정도였죠”라며 “저는 오히려 열린 결말로 끝나는 게 더 좋다고 봐요”라며 궁금해했다.
그러면서 본인 역시 ‘보이스3’의 출연에 대해 기대하는 눈치였다.
“(출연에 대한 기대가) 없다고는 할 수 없죠. 제가 ‘보이스2’ 마지막에 방제수(권율 분)에게 공격을 당해서 죽음을 암시하듯 끝났지만 사실 여기서 ‘보이스2’의 마니아냐 아니냐가 판가름이 나요. 자세히 보시면 목을 찌르는게 아니라 그었어요. 허벅지와 배를 두 방이나 찔리긴 했지만 급소를 피했다면...살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하하.”
모든 장면이 하나하나 기억에 남을 만큼 김기남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된 ‘보이스2’.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배 위에서 폭발하는 감정신이라고 꼽았다.
“모든 장면들이 소중했고 온 힘을 다해서 연기했어요. 그래도 촬영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건 제가 배 위에서 나홍수 계장(유승목 분)이 죽은 줄 알고 분노하는 장면이에요. 그렇게 감정이 폭발하는 연기를 한 건 생전 처음이었거든요.”
장르물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위험한 상황에 노출이 될법도 하다. 그러나 모든 배우들의 안전이 우선이었다는 감독님의 원칙 때문에 안전장치는 필수였다. 그래서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발로 뛰는 강력계 형사를 연기했기에 체력적인 부담감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김기남은 “한 여름에 뛰어다니고 촬영하다가 집에 오면 거의 하루종일 잠만 잤던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체력이 떨어지기도 했죠. 그래서 체력관리를 해야겠단 생각도 들었어요. 제 자신에 대한 반성의 시간도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김기남은 수많은 작품에서 얼굴을 비췄지만 주로 형사, 부장판사, 검사와 같은 전문직 캐릭터를 연기했다. 전작인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도 교도관으로 출연한 바 있다. 캐릭터에 대한 갈증도 있을테지만 이 또한 그만의 방식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제 겉모습을 보고 되게 캐릭터가 한정돼있다고 했었어요. 그걸 깨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죠. 사실 배우라면 여러 역할을 하면 좋잖아요. 그래서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 그래도 전문직 역할만 한 건 아니에요. ‘미씽나인’에서는 22~3살의 매니저를 하기도 했고, ‘수상하 파트너’에서는 40대 중반 부장검사, 또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교도관, ‘우리가 만난 기적’에서는 박수무당으로 깜짝 출연하기도 했었죠. 어떻게 보면 잘생긴 사람만이 엘리트 역할을 하는 건 아니라는 편견을 깼다고도 생각합니다. 드라마 주인공도 저 같은 캐릭터가 할 수 있는 시대가 올거라 믿습니다.(웃음)”
어쨌든 ‘보이스2’에 출연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알아볼 정도로 인지도는 상승했다. 그렇게 김기남에게 ‘보이스2’는 연기를 계속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원동력이 되어준 의미 있는 작품이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앞으로도 이 직업으로 먹고 살아야겠다는 확신이 든 작품이죠. 저는 맞춤형 연기자라서 시켜주시면 다 할 수 있어요.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모든 역할을 다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형사 연기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웃음)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가고 싶어요. 빠른 시일 내에 또 찾아뵐게요. 꾸준하게 연기하겠습니다. 연기만 할 수 있다면 영화나 드라마나 어디든 좋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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