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발레리노 김기민 "'진실성' 담은 발레로 한국 알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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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18-09-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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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돈키호테'로 내한…자연스러운 연기 강조

  • "후배들, 동양인 편견 깨고 두려움 없이 도전해야"

마린스키발레단 수석 무용수 발레리노 김기민. [사진=아주경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 무용수가 추천하는 발레공연 입문자를 위한 작품은 무엇일까. 발레리노 김기민은 '돈키호테'를 꼽았다. 발레를 잘 몰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

김기민은 최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예술은 다가가기 어렵다"며 "공부를 하는 만큼 보이고, 그래야 더 깊이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너무 철학적인 작품은 호불호가 나뉘기 때문에 대중성이 있는 작품부터 보는 게 좋다며 "돈키호테는 잘 알려진 이야기인 데다 분위기 또한 유쾌해 가벼운 마음으로 예술을 접하기에 좋다"고 설명했다.

김기민은 마린스키발레단 & 오케스트라가 오는 11월 15~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이는 '돈키호테'에서 주인공 바질 역을 맡았다.

'돈키호테'는 그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로, 세르반테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무대는 선술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의 결혼 이야기를 중심으로 장식된다.

김기민이 희극 작품으로 내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백조의 호수'로 한국을 찾았던 그는 "처음 유쾌한 모습을 보여드린다"며 "다양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미 한국 관객들은 고급스럽고 수준 높은 작품을 볼 준비가 돼 있는 만큼 오리지널 '라 바야데르' 등을 선물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김기민의 '돈키호테'는 1막에 더 무게가 실린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3막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1막을 더 열심히 준비했다"며 "인위적이지 않고, 관객 앞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레에서 '진실성'이 제일 중요하다"며 "내가 믿어야 관객들도 믿고, 이것이 자연스러움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김기민은 놀라운 '점프'를 자랑한다.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유독 긴 데에는 선천적인 재능과 노력이 더해졌다. 그는 "똑같은 휴지라도 무뚝뚝하게 또는 부드럽게 떨어뜨릴 수 있다"며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힘이 안 들어보이게 공중에 멈춰있는 듯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연구했다"고 밝혔다.

2011년 마린스키발레단에 동양인 최초로 입단한 그는 4년 만에 수석 무용수에 우뚝 섰다. 2016년에는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남성무용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앞으로의 역할은 "후배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김기민은 전했다.

그는 쿠바 출신 흑인 발레리노를 예로 들어 "예전에 흑인 발레는 상상할 수 없었는데 카를로스 아코스타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며 "마찬가지로 동양인이 마린스키발레단 무대에 서는 것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에는 프랑스·미국 등의 해외 발레단에서도 동양인 무용수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내가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 여러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고 부연했다.

후배들에게는 "동양인이라는 데 겁을 먹고 지레 포기하는 친구들이 가장 아쉽다"며 "두려움 없이 도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 또한 아직 해보지 않은 작품과 새로운 안무가, 낯선 나라에 대한 모험심이 가득했다. 김기민은 "여러 곳에서 춤을 추고 싶다"며 "예술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끼고 있고, 예술인으로서 한국을 알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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