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연이 하나의 '브랜드'로서 증가하는 외국인 개별관광객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
방탄소년단(BTS)을 중심으로 한 케이팝(K-Pop)의 열기는 관광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뮤지컬 등 공연이 이 같은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
손상원 정동극장 극장장은 "'한국=공연'이라는 인지도 제고와 함께 관련 성과를 쌓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최근 서울 중구 정동길 정동극장에서 만난 손 극장장은 "쇼핑의 나라, 먹거리의 나라에서 벗어나 새로운 타이틀이 필요하다"며 "공연을 통해 한국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경관을 핵심 관광상품으로 내세웠던 중국도 최근에는 정부 주도하에 지역 축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
이다엔터테인먼트 대표, 제4대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회장 등을 지낸 손 극장장은 현재 정동극장을 책임지며 이렇듯 공연예술시장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내년 6월 임기가 끝나면 "현장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언어, 교통 등의 제약으로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많았지만,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로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즉 외국인 개별관광객이 증가하는 가운에 이들이 언어를 뛰어넘어 한국 공연을 보고 문화와 감동을 느끼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판단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서울)을 찾았을 때 공연을 꼭 봐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 손 극장장은 "뉴욕(브로드웨이)이나 런던(웨스트엔드)에 가면 공연을 봐야 할 것만 같다"며 "이는 그 나라의 내수 및 관광객 대상 공연시장이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 공연시장은 내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서울 대학로의 경우 160여개의 공연장이 몰려 있어 과잉공급이라는 시각이 많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관객이 늘어나야 하는데 소득 수준이 당장 두 배로 뛰거나 인구가 갑자기 증가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공연을 브랜드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같은 맥락에서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부터 개최하고 있는 '대학로 공연관광 페스티벌'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손 극장장은 "대학로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이 페스티벌은 소극장이 밀집돼 있는 특수성을 살려 재미있는 연극·뮤지컬을 보러 대학로에 한 번 가보라고 홍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의 오류를 바로잡고, 외국인 개별관광객이 전체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난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한때 외국인 관광객에게 '난타' 공연이 인기였다. 하지만 당시 여행사 인바운드를 통한 가격 경쟁으로 '박리다매'가 횡행, 출혈만 커졌다. 또 난타와 같은 넌버벌(non-verbal) 공연은 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 각종 대외적 요인에 취약했다.
그는 "소극장 공연이 재미있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뮤지컬 등 기존 공연시장의 파이를 나누지 않고도 새로운 상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대학로 공연장의 관객몰이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례로 외국인 관광객이 너도나도 한복을 입고 경복궁 일대를 걸어 다닐 줄 누가 알았겠냐며 "공연시장도 변화가 필요하고, 대학로 소극장 브랜드화는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소재의 경우 위험을 안기 싫다는 이유로 인기 장르에만 편중되지 않도록 당부했다. 손 극장장은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콘텐츠가 요구된다"며 "정서상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전통을 현대 관객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의 정동극장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그는 "국립국악원 등이 전통을 보존하는 역할이라면, 정동극장은 전통에 재미와 흥미를 더해 얼마나 좋은 공연인지를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전통의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실제 정동극장은 오후 4시에 상설 공연, 8시에 기획 공연을 선보이며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정동극장을 와본 적 없는 국내 관객들도 겨냥하고 있다. 손 극장장은 "이 같은 시스템은 올해 자리를 잡았다"며 "관광시장이 요동쳐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동극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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