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인도네시아, 지구촌 '불의 고리' 우려 목소리에 응답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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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8-10-0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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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팔루 지역에서 발생한 강진과 이어진 쓰나미로 팔루의 회교사원(모스크)이 물에 잠긴 채 부서져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지진·쓰나미의 희생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쓰나미 예측 실패뿐만 아니라, 구조 작업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등 부실한 '재난시스템'의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어 지진과 화산 분화가 잦은 곳이다. 그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정부의 재난시스템 구축이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술라웨시 섬 팔루 지역을 덮친 쓰나미 사태는 인도네시아 재난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은 술라웨시 섬에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가 34분 만에 이를 해제했다. 하지만 이후 팔루 지역 등에 높이 3m 이상의 쓰나미가 들이닥쳤고, 이에 따른 사망·부상자의 수가 1000명 이상에 달하고 있다.

BMKG는 팔루 인근에 조류 관측 설비가 없어 다른 자체 데이터와 절차에 따라 쓰나미 경보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BMKG의 지진 및 쓰나미 센터 책임자인 라맛 트리요노는 “팔루에서 200㎞ 떨어진 조수관측기에서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경보를 해제했다”고 전했다.

이는 인천광역시에서 205㎞가량 떨어진 충남 금산군에서 수집한 정보로 ‘인천의 쓰나미 경보’를 해제했다는 것과 비슷하다. 수천명,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쓰나미 경보 해제 여부를 ‘부정확한 정보’로 판단한 것이다.

BMKG의 조수 관측 실패 해명에 현지는 물론 전 세계가 경악했다. 트리요노 책임자는 관측 실패 배경을 설명하며 “팔루 근처에 관측기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BMKG도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나은 선택을 했겠지만, 트리요노 책임자의 발언은 마치 ‘자신들도 어쩔 수 없었다’는 책임 회피의 변명으로 들린다.

인도네시아는 2004년 발생한 대규모 쓰나미 사태 이후 지진해일 탐지용 지진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치 등으로 쓰나미를 측정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쓰나미 측정 시스템이 유지 불능, 고장 등의 이유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도네시아의 잦은 지진 발생으로 ‘불의 고리’ 재난 예방에 대한 목소리가 세계적으로 커진 상태다. 그러나 정작 ‘불의 고리’에 있는 인도네시아의 재난시스템은 이런 지구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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