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일명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업체들이 국경 넘어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과세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U는 지난 3월 인터넷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의 3%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디지털세 과세 계획을 발표했다. 과세 대상은 연간 수익이 7억5000만 유로(한화 9661억원)를 초과하거나 유럽 내에서 5000만 유로(644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대기업들이다. 해당 지역에 1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거나, 또는 3000개 이상의 온라인 비즈니스계약을 맺은 디지털 기업은 법인이 없어도 과세 대상이 된다. 시행은 2020년부터다.
이는 구글·페이스북·애플·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을 겨냥한다. 이들 IT기업은 유럽에서 올리는 매출과 비교해 지나치게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게 EU 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아일랜드 등 EU 내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본부를 두고 의도적으로 세금을 줄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유럽 내 디지털 기업의 평균 실효세율은 9.5%에 불과하다. 제조업의 평균 실효세율(23.2%)과 비교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앞서 EU 국가들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과세 금액을 늘리거나 글로벌 IT기업에 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프랑스의 경우 2010년 온라인 광고세로 지칭되는 일명 '구글세' 도입을 추진했다. 2016년에는 구글 파리지사에 압수수색과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이탈리아는 작년 5월 구글이 지난 10여 년 동안 미납한 세금 3억6000만 유로(4637억원)를 추가로 받기로 합의했다. 영국은 2015년 4월 우회이익세를 도입하고 연매출 1000만 파운드(144억원) 이상 다국적 인터넷 기업을 대상으로 국외이전 소득에 대한 25%의 세율을 적용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16년 아일랜드에 위치한 애플에 과징금 130억 유로(16조원)를 부과하기도 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인데, 2003년 애플에 적용된 실효세율은 1% 미만이었으며, 2014년에는 0.005%까지 낮아졌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디지털세 도입을 안건으로 다뤘다. 회원국은 국경 간 조세 회피에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안은 도출되지 못했다.
다만 OECD가 추진하는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방지 프로젝트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BEPS 방지 프로젝트는 기존 국제 조세제도의 허점이나 국가 간 세법 차이 등을 이용해 세금을 줄이려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OECD의 2017~2018년 BEPS 경과보고서에 따르면 100여개 이상의 국가가 OECD의 부가가치세(VAT)·상품서비스세(GST) 가이드라인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대부분의 G20·OECD 국가들이 국외 사업자에 대한 B2C 디지털 상거래에 대한 과세규정을 마련한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2015년 10월 전자적 용역의 공급장소를 '제공되는 장소'에서 '용역이 소비되는 장소'로 소비세법을 개정했다. 최근 논의되는 디지털세와 가장 유사한 개념이다. 최근에는 동남아·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소비지국 과세원칙에 따라 B2C 국제 디지털 상거래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를 위한 입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 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필리핀·콜롬비아·칠레·브라질·아르헨티나 등은 최근 국외사업자가 국내에 전자적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 과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정했으며 각각 올해부터 2020년에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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