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서 친구가 되는 과정이 이 작품의 큰 줄기다. 평화로 가는 어려운 길을 뚫는 사람들의 희망, 의지를 전하고 싶다."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취임 후 첫 연출작인 연극 '오슬로'가 오는 12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4일까지 공연되는 이 작품은 1993년 노르웨이에서 체결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간 '오슬로 협정'을 배경으로 한다. 실존하는 노르웨이인 부부 티에유 로드 라르센과 모나 율이 비밀 협상을 통해 두 나라 간 평화 협정을 이뤄내는 과정을 다뤘다.
이 예술감독은 2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스튜디오 하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신작인 이 작품을 번역한 뒤 우리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 심사숙고했다"며 "최근 남북 관계 등 한반도 정치외교 상황에 비추어볼 때 우리 관객들도 공감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교훈적, 계몽적이며 남북이 갈등을 극복해나가는 상황에서 보고 느낄 게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이제 시작일 뿐인 남북 평화의 길이 얼마나 먼지,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여부는 올해 봄께 결정됐다. 이 예술감독은 "지난해 하반기에 번역을 마치고 검토를 하던 중 남북 간 여러 상황이 무르익으면서 이 작품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체제나 정서, 배경 장소 등이 한국 관객에게는 낯설 수 있어 "너무 드라이하지 않도록 애썼고, 몇몇 장면은 원작보다 힘을 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오슬로'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국작가 J.T.로저스의 작품으로, 2016년 뉴욕 초연 이후 토니상, 드라마 데스크상, 뉴욕 드라마비평가협회상 등을 휩쓸었다. 이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공연에는 배우 손상규, 전미도, 김정호, 정승길 등이 출연한다. 티에유 라르센 역의 손상규(극단 양손프로젝트)는 "대본을 읽는데 인물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것 같았다"며 "관객들이 생각도, 상상도 못한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해방감과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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