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이 지난달 돌연 내년 은퇴를 선언하더니 회사의 실질적인 지배권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 회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중화권 언론을 중심으로 마 회장이 중국 정부에 미움을 사 밀려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고개를 들었다.
환구망(環球網)은 지난 1일 주요 외신이 마 회장이 알리바바의 실질적 지배권을 의미하는 가변이익실체(VIE·Variable Interest Entities) 소유권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고 3일 전했다. 이는 경영일선에서 사실상 완전히 물러난다는 의미로 시장 관심이 집중됐다.
VIE는 기업과 지분 관계는 없으나 일정 계약을 통해 기업 경영권을 행사하는 법인을 말한다. 중국 본토 기업은 해외 시장 상장 등 외자 유치를 위해 VIE를 활용해 왔다. 알리바바의 VIE는 알리바바의 중국 경영 허가권과 본토 일부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의 파트너와 임원이 LLC와 LLP를 기반으로 간접 지배권을 갖는 구조로 변경된다는 뜻이다. 마 회장도 이 틀 안에서 계속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알리바바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마 회장이 앞으로 경영과는 거리를 두고 멘토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 회장은 자신의 만 54세 생일이자 알리바바 창립 기념일인 지난 9월 10일 성명을 통해 "알리바바 창립 20주년인 2019년 9월 10일 알리바바 회장 직을 장융(張勇)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에 승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자신은 교육자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항저우사범대를 졸업한 영어교사였던 그는 지난 1999년 17명의 친구와 함께 알리바바를 설립했다.
하지만 돌연 은퇴를 선언한데다 지배권까지 포기한 것을 두고 마 회장이 사실은 '위기'를 맞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대만, 홍콩 등 중화권 언론은 마 회장이 중국 지도부와의 갈등이 커져 결국 은퇴를 결정하고 지배권도 포기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상대적으로 중국 정부에 비판적 논조를 유지하고 있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수와 인수 후에도 비판 기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 등으로 미운털이 박혔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대만 자유시보는 마 회장이 장쩌민(江澤民) 전 총서기 인맥으로 분류됐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마 회장이 다른 IT 기업인과 비교해 정치세계와 거리를 둔 것도 미움을 산 배경으로 꼽혔다.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3대 IT 기업으로 꼽히는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은 현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를, 리옌훙 바이두 회장은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을 맡고 있다.
시장에서 '위기설'이 불거지며 논란이 커졌지만 마 회장은 공식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며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2일에는 세계무역기구(WTO) 공개포럼에 참석해 미국이 일으킨 무역전쟁과 관련해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며 일침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20년도 갈 수 있다며 우려하고 미국이 무역전쟁 도발의 배경으로 거론한 '무역적자'를 두고 '20세기의 유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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