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사장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상선의 경우 최근 초대형선(2만3000TEU 12척, 1만5000TEU 8척) 발주와 관련, 조선사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사는 현대상선 초대형선 발주에 투자와 보증 방식으로 참여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와 관련해 발주자인 현대상선과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간 선박금융 구조화 과정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상선과 기타 중소선사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사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적극적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사장은 지난 7월 한국해양진흥공사 출범 후 초대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해운업 재건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한 지 100일이 지났다.
그는 “비즈니스 기본은 신뢰다. 제 아무리 가격경쟁력이 높고 서비스 품질이 우수하더라도 신뢰를 구축하지 못 한다면 거래성사는 어려운 것이 해운시장”이라며 “공사는 금융지원을 통한 선사의 일시적 경영난 해소에 머물지 않고 국내 해운업계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운업 특성을 반영한 신용평가모델 개발에 한창이다. 이 평가모델이 구축되면 사업성은 우수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금융혜택을 받지 못한 선사로까지 지원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선박 신규발주는 물론, 중고선 매입 후 재용선(S&LB)하는 사업의 경우 지원비율과 방식에서 기존 기관보다 선사에게 더 유리하도록 설계하여 운영하고 있다.
선박시장가의 60%까지 지원하는 기존 기관과 달리 공사는 70~100%로 비율을 높이고,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계약(BBCHP)와 같은 금융리스 뿐만 아니라 BBC 및 T/C 등 운용리스까지 선택의 폭을 넓혀 선사 재무건전성 개선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원양 컨테이너선사는 화물 운송 안정성과 정시성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주요거점 터미널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견해도 내비쳤다.
황 사장은 “공사는 선사가 저렴한 비용으로 항만터미널을 확보해 원가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우선은 현재 어려움을 겪는 선사에 대한 금융지원에 집중하되, 장기적으로는 국내 해운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해운업이 단순 서비스산업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기반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해운사가 초대형 선박을 갖더라도 화주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는 ‘적취율 제고’가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 사장은 “지금의 선대로는 선사 간 대등한 협상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경쟁력 있는 선박 확충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라고 전제 한 뒤 “다만 초대형 선박 신조에 맞춰 적취율 제고를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경협과 관련해서는 서두르기 보다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견지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남북 해운노선 구축 사업 등이 구체화될 경우 침체된 국내 해운‧항만업계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남북경협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시작단계다. 정부의 구체적인 구상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 남북 해운노선과 북한 거점 항만시설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된다”며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가 북방대륙과 접해 있는 북한과 육상, 철도 및 해운을 연계한 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할 경우 해운과 항만 동반성장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항만은 해운과 육상을 연결하는 결절점이다. 항만시설 확충에서 해운노선 구축까지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며 “관계부처와 협의에 따라 북한의 해운물류거점이라 할 수 있는 남포, 해주, 원산 등 주요항만 개발과 현대화를 투자에 공사가 우선 참여하고, 이후에는 민간이 진입하도록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