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부터 가속화된 미·중 무역전쟁 속 동남아시아의 성장률 상승세가 나날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기업이 동남아의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있으며, 이 지역의 인력, 생산능력에 대한 세계 기업들의 수요도 늘고 있다.
◆ KKR "무역전쟁 길어질수록 동남아 유리"
세계 3대 사모펀드로 꼽히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동남아시아가 무역전쟁의 수혜지역으로 떠오를 것이라면서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고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KKR 공동설립자인 헨리 크레비스(Henry Kravis)는 지난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길어질 수록 동남아 지역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서 "보다 많은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지난달 주중미국상공회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있는 430개 기업 중 3분의 1은 중국 외에 공장을 이전할 곳으로 동남아시아를 가장 선호했다. 최근 이 지역의 기반시설도 개선되고 있을뿐만 아니라, 중국에 비해 저렴한 노동력도 큰 매력 중 하나다.
KKR은 동남아 지역의 또다른 장점 중 하나로 인구 구성을 꼽았다. 최근 이 지역의 부유층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많은 지역에서 도시화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 고속성장기와 비슷한 모습이다. KKR도 과거 중국에서의 투자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할 예정이다. 향후 동남아 지역에도 식품안전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주요 식품 회사인 베트남의 마산 그룹 각 부문에 총 4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KKR은 향후 다른 식품 공급 기업들에도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 지난 여름이후 동남아 인력 고용 문의 크게 늘어
무역전쟁이 가속화된 초기에는 베트남과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기록하는 가운데, 지난달부터는 동남아시아가 새로운 생산기지로 각광 받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라 나왔다.
블룸버그는 "보통 무역전쟁은 모두 패자라고는 하지만, 동남아시아는 최근 전쟁 속 새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JCER)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제조업생산지수(manufacturing production index) 는 올해 상반기 평균 지난해 비해 6.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니케이아시안 리뷰는 전했다.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의 증가가 생산활동을 증가시킨 것으로 보인다. 리뷰는 "제조업 생산량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더 급속하게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무역개발위원회의 니콜라스 콴 연구 책임자는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동남아를 '경제 파워하우스(economic powerhouse)'로 지칭하면서, 동남아는 홍콩 기업에 무역전쟁의 긴장 속에서 안전한 피난처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동남아 인력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홍콩과 다른 중국 기업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 지역 인력을 늘릴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국제 헤드헌팅 기업들에 따르면 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 말레이시아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현지 인력들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글로벌 헤드헌팅 회사인 DHR 인터내셔널은 "중국은 여전히 많은 기업들에게 생산 기지 중 하나지만, 우리는 많은 기업들이 무역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동남아에서 인력 수요가 늘리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SCMP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다른 국제적 헤드헌팅 회사인 배론 앤 컴퍼니의 상무이사 제리 창 역시 "지난 여름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이후로 많은 기업들이 우리에게 말레이시아, 인도, 방글라데시 등 지역에서의 인력 고용과 관련된 규제와 다른 문제들에 대해 자문을 요청해 왔다"면서 "이 기업들이 동남아 지역에 당장 공장을 지을 수는 없지만, 이를 위한 준비를 위해 인력을 좀 더 많이 뽑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같은 추세는 무역전쟁뿐만 아니라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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