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달 등기이사 선임 2주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삼성, 이른바 ‘뉴삼성’의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보호무역 전쟁 확대, 남북 해빙 무드, 고착화되는 저성장 구조, 그룹의 혁신 동력 부재 등 과거와 사뭇 다른 경제지형은 삼성전자에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도 최근 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그룹의 영속과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의지를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뉴삼성' 구축에 속도··· 신성장동력 투자, 조직 및 인사 대대적 변화 예고
재계는 이를 계기로 이 부회장이 새로운 창업이라고 부를 만큼의 변화와 혁신을 일궈냄으로써 새로운 100년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기존 주력 사업의 강화와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확대 △대내외적인 상황에 따른 그룹의 구조적 변화 △대대적 인사를 통한 내적 혁신이 변화의 중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초격차’ 전략이라는 삼성의 ‘1등 DNA’와 이 부회장의 사회적 가치창출 의지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삼성전자의 경기도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한 자리에서 "삼성만이 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 창출을 열심히 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구상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앞서 삼성은 일자리 창출,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 중소기업 지원 등 미래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향후 3년간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인공지능(AI), 5G(5세대), 바이오, 반도체를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이 분야에만 약 25조원을 쏟아붓는다.
신규 투자액 가운데 약 72%에 해당하는 130조원을 국내에 투입, 70만명에 달하는 고용 유발 효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투자, 일자리 창출 요청과 삼성의 초격차 전략이 맞물리면서 이뤄지게 될 성과다.
◆대규모 M&A 기대감 커져··· 남북 경협도 일정부분 역할 할듯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2월 구속되기 전까지 그룹 일선에서 이 부회장이 보여준 경영스타일은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실용주의 노선이었다.
등기이사에 등재된 이후 불과 1개월 만인 2016년 11월 9조4000억원을 투입해 미국의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인수한 게 대표적인 예다. 즉, 적시적기에 M&A 등을 통해 체질개선을 함으로써 성장의 동력을 마련했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후 의미 있는 M&A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 취임 2주년을 전환점 삼아 신성장동력 관련 M&A 등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최근 방북을 계기로 남북 경제 협력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이 부회장에게 주어진 것도 그간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근거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7월 삼성전자의 인도 공장 준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당부에 180조원 투자계획 등을 발표하며 화답했다.
이번 방북일정에서도 문 대통령이 남북 경협에 대한 일정 부분의 역할을 당부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특히 남북 경협은 이 부회장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 같은 ‘전에 없던 상황’들은 향후 있을 연말 인사에서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그룹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만큼 이 부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새롭게 진용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재계에서는 삼성의 올해 인사폭이 예년보다 클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 2년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 등의 여파로 인한 인사 적체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인사에서는 세대교체가 핵심이었다면, 올해는 조직 변화가 중심이 될 것”이라며 “사업이 부진했던 곳과 새롭게 키우는 곳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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