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 칼럼] 부동산문제, 공동체 가치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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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8-10-0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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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진 정치부장]

온 나라가 부동산 광풍으로 들썩이고 있다.
누구는 강남 아파트 덕에 10억을 벌었다더라, 누구는 1주일 만에 3억이 올랐다더라··· 등등 곳곳에 모였다 하면 부동산 얘기뿐이다.
집을 산 사람도, 사지 못한 사람도 모두 화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취임 이후 80%대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불과 한두 달 새 50%대까지 급추락한 것도 부동산 때문이었다. 2006년 강남부동산 투기광풍으로 국민들이 등을 돌렸던 참여정부의 데자뷔가 떠오른다.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문재인 정부의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에 부동산 광풍이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너도나도 부동산으로 한몫 크게 챙겨보겠다는 과도한 욕심, 장기적인 경제불황에 따른 불안감 확산, 부동산 전쟁에서 참패한 참여정부의 선학습효과가 문재인 정부로 이어진 여파가 주된 이유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부동산 광풍의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본다. 그저 단기적인 땜질 처방과 공급 차원의 주거복지 정책으로 일관하다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개혁 타이밍을 놓쳤다.

지난해 8월,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을 자축하며 출입기자단과 청와대 참모진의 조촐한 다과회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그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김수현 사회수석을 잠시 마주쳤다. 기자는 김 수석에게 다짜고짜 ‘참여정부 부동산정책도 총괄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빨리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를 정비·강화해야 한다. 분양가 원가 공개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나?’고 물었다. 그러자 김 수석은 ‘아이고, 너무 급진적이시네’하며 크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사실 부동산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풀리지 않는 난제다. 토지는 유한하지만, 그것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자가 비율은 70~80%에 육박했다. 산업화로 건설·토지 개발 붐이 일면서 부동산 투기 세력이 자연히 생겨났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과 동시에 토지 소유와 건물 소유가 거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 드문 경우다. 정부의 개발 정책으로 '로또'를 맞은 부동산 주인들이 엄청난 이득을 이용해 부동산을 쇼핑하듯 더 쓸어담는, 가진 자가 더 많이 갖는 불평등한 지배구조가 고착화된 것도 산업화 시대 때다. 여기에 한국형 분양제도 한몫했다.

토지는 공공재다. 토지에서 나오는 이득은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공동체의 노력 때문이다. 이를테면 정부가 새로운 도로와 지하철 선로를 만들고, 산업단지·주택단지를 조성하는 데 쓰는 비용은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그런데도 새 길이 나고 공공시설이 들어서서 땅값, 집값이 오르면 엄청난 개발차익은 고스란히 부동산 주인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이 개발 차익을 모두 세금으로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주장은 19세기 말 미국의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가 자신의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역설한 것이다. 그는 토지 공유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그 방법으로 모든 지대를 조세로 징수해 사회복지 등의 지출에 충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소득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극심해진 속에서 헨리 조지의 주장은 여전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은 토지정의와 지대개혁의 관점에서 국가 전체의 토지에 대해 용도 구분 없이 세금을 부과하는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고, 국민복지제도인 ‘기본소득제’의 재원으로 국토보유세를 활용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토지공개념을 부동산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기도 하다. 반면 부동산 부자들과 기득권 세력들은 이를 사유재산 침해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결국 부동산 해법은커녕 세금 논쟁으로 옮겨가 끝나버릴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려울 때는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늘 새긴다고 한다. 가장 난제인 부동산문제도 기본부터 차근차근 짚어갔으면 한다. 집은 재산 가치를 위해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어야 한다.

사회적 공유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사회적 경제를 통해 부동산 해법을 찾자고 제언하고 싶다.
정부와 지자체가 ‘신혼희망타운’ 같은 토지임대부 아파트 분양을 적극 시행하고, 시행주체나 관리감독에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기업이 맡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해외에서는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과 영국,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 선진국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이 보편화돼 있다.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면서 주택 투기를 막아 부동산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부동산 문제는 시장주의 관점에서 보면 절대로 풀릴 수 없다. 공동체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할 때다.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의 저자 우석훈 교수의 말에 공감한다. “사회적 경제는 불황의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무한경쟁은 함께의 가치를 잊고, 가난한 이를 더 가난하게 만든다. 사회적 경제는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지 않는 방법을 제시한다. 역사가 보여주듯, 사회적 경제는 이념적인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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